12명 정원에 33명 탑승… 위험 싣고 떠나는 요트 여행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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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필수 여행 코스로 입소문
이용객·업체 늘며 무리한 승선
지난해 3건 불과했던 초과 승선
이달 들어서만 벌써 3건 적발
정원 어겨도 과태료 100만 원뿐
이용객은 정원 모른 채 탑승도
자칫 사고 나면 큰 피해 불 보듯

마리나 투어를 즐기기 위해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일대. 부산일보DB 마리나 투어를 즐기기 위해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일대. 부산일보DB

업체들의 과열 경쟁에다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해지면서 부산 앞바다에서 마리나 투어 선박이 승선 정원을 초과해 운항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과 승선은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작은 사고도 큰 피해로 키울 수 있는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인다.


24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마리나 선박 정원 초과로 6건의 사례가 적발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건 적발돼 온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 14일에는 수영구 광안대교 인근 해상에서 정원이 12명인 12t 규모 세일링 요트에 33명을 태워 운항한 혐의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해경에 적발되는 등 이번 달에만 3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마리나 선박은 SNS를 타고 ‘부산 필수 여행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터라 앞으로도 이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오는 11월에는 마리나 선박의 단골 무대인 광안리 앞바다를 배경으로 3년 만에 대규모 부산불꽃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불꽃축제라는 ‘대목’에 발맞춰 관광객들을 태우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광안리 해상의 경우 선박 간 충돌도 다른 해역에 비해 잦은 편이다. 초과 승선 선박에서 사고가 난다면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산에서 마리나 투어는 해운대구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과 동백섬 더베이101요트, 남구 용호만유람선터미널의 다이아몬드베이 등에서 이뤄진다. 요금은 요일과 시간대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성인 1시간 기준 인당 3만~4만 원이다.

업계에서는 신생 업체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졌고, 승객 1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과욕을 부려 무리하게 승선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마리나 선박 대여업에 등록된 업체는 2015년 12곳에서 올해 62곳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솜방망이 처벌이 초과 승선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승선 정원을 초과해 이용객을 태운 채 운항하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 금액은 100만 원에 불과하다. 2차례 이상 적발되면 2개월 이상 면허 정지 등 처벌이 가중되지만 1년 이내에 연달아 적발돼야 한다.

부산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김영민 조합장은 “업체가 늘고 출혈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지다 보니 무리하게 승객을 태우는 업체들이 나타난다”며 “조합 차원에서 자제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불법행위를 서로 신고하면서도 ‘걸려도 벌금 한 번 내고 말자’는 식의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용객들이 승선 정원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상당수 업체에서는 예약 과정에서 이용객들에게 정원을 고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예약 페이지 24곳을 조사해 보니 절반에 가까운 11곳에서 승선 정원을 별도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의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이용객들은 자신이 승선 정원을 초과한 선박에 오르는지를 알 수 없다. 만약 이용객들이 현장 담당자의 인솔에 따라 승선 정원을 초과한 선박에 탑승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해경은 “승선 정원을 초과해 운항하면 큰 인명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과 승선이 안전은 물론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산대 해양레저관광학과 김철우 교수는 “초과 승선은 안전에 큰 위협을 가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질과 이용객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제 살 깎아 먹기’”라며 “이용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에 승선 정원 고지를 의무화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위반 정도에 따라 영업 자격을 박탈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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