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 물어내라”… 대우조선, 하청노조에 손배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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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대상 노조 집행부로 한정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현장 관리자, 협력사 대표들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노조의 불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현장 관리자, 협력사 대표들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노조의 불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중요 생산시설 무단 점검 노성을 주도한 하청노조를 상대로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가 명백한데도 회복 노력을 하지 않을 때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가능성이 큰 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26일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청노조 조합원 7명은 사내협력사 노동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옥포조선소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로 인해 1번 독 조업이 한 달 넘게 전면 중단되면서 파업 현장이 전 국민의 시선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이로 인한 손실 규모가 8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271억 원과 매출 손실 6468억 원, 고정비 지출 1426억 원을 합친 금액이다.

최초 소송액은 470억 원이다.

불법 파업으로 불필요하게 지출된 고정비를 중심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매출이나 선박 지연분 등 최종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부분은 모두 뺐다”면서 “고정비의 경우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는데 비용은 지출됐기에 실제 파업 기간에 발생한 금액으로만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 포함되지 않은 손실액은 추후 산정할 수 있는 시점에 소송 진행 상황,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필요시 청구취지 확장, 변경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네번째) 등이 브리핑을 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네번째) 등이 브리핑을 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소송 대상은 하청노조 집행부로 한정했다.

나머지 가담자들은 민사 소송 대상에선 제외했지만, 형사적 책임은 예정대로 묻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불법 파업을 주도한 하청노조 지회장, 부지회장 2명, 난간 농성 조합원 6명 등 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현행 노조법 42조 1항은 주요 업무 시설을 점거하는 행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노동계는 ‘노동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거 두산중공업과 쌍용자동차 노동자 30명 등이 손배소·가압류 압박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전례를 들며 “거액의 손배소가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손배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입장문을 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생존권 말살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감옥 농성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달 1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감옥 농성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앞서 하청노조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올 6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하청노조에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100여 곳 중 22곳 노동자 4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같은 달 21일부터 노동자 7명이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30만 t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가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정부가 공권력 행사를 경고하면서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 우려도 커졌다.

그러다 파업 51일째인 지난달 22일, 마라톤협상 끝에 △임금 4.5% 인상 △설·추석 50만 원, 여름 휴가비 40만 원 지급 △폐업 사업장 조합원 일부 고용 승계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부제소 합의(민형사상 소송 면책)’는 끝내 ‘미결’로 남겼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기대를 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임종성,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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