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족지도자 손양원 목사의 용서와 사랑을 오페라로 승화”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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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균 고려오페라단 단장

9월 23~24일 부산 부전교회서
창작오페라 ‘손양원’ 풀 버전 선봬
지역 성악가·전공자 등 대거 출연

이기균 (사)고려오페라단 단장(경성대 음악학부 교수). 이재찬 기자 chan@ 이기균 (사)고려오페라단 단장(경성대 음악학부 교수). 이재찬 기자 chan@

“민족지도자 손양원(1902~1950) 목사의 강인한 애국정신과 아름다운 용서와 사랑을 오페라로 승화해 부산 시민에게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이기균 (사)고려오페라단 단장(경성대 음악학부 교수)은 9월 23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2시 부산 부전교회 이음홀에서 부전교회 설립 90주년을 기념해 박재훈 창작 오페라 ‘손양원’을 선보인다. 이 단장은 민족지도자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예술감독과 지휘를 맡았다.

이 단장은 “오페라 ‘손양원’을 통해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랑, 용서, 화해로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와 소통하는 사회에 대한 염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90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손양원 목사는 1938년 평양 신학교를 졸업한 뒤 1939년 전남 여수의 나병환자 수용소인 애양원 교회에 부임해 구호사업과 전도활동을 했다. 1940년 일제강점기에 신사 참배를 거부해 1945년 광복 때까지 옥고를 치렀고, 1948년 여수·순천 반란사건 때 좌익 세력에 의해 동인, 동신 두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으며 진정한 사랑을 보였다.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피란 가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나병환자들과 교회를 지키다가 1950년 9월 28일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순교했다.

“오페라는 용서를 넘어선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한반도’ ‘저 목자여’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많습니다.”

이 단장은 오페라 ‘손양원’을 2012년 3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했으며, 그해 6월 여수세계박람회 공연, 2018년 캐나다 토론토 공연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33회나 무대에 올렸다.

“2012년 6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였는데, 부산에서 풀 버전(전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페라 ‘손양원’은 한양대 음대 교수를 지냈던 박재훈(1922~2021) 캐나다 큰빛장로교회 목사가 창작한 오페라다. 고 박재훈 목사는 오페라 ‘손양원’을 비롯해 ‘유관순’ ‘에스더’ ‘안중근’의 모든 곡을 작곡했다. 박재훈 목사는 ‘한국 교회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며 ‘산골짝의 다람쥐’ ‘시냇물은 졸졸졸졸’ ‘송이 송이 눈꽃송이’ 등 유명 동요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 단장은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에서 지휘를 공부한 음악학도이다. 서울대 음대를 나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과 대학원 오케스트라과(석·박사)와 지휘과(석사), 지휘전문과정을 졸업했다. 이 단장은 러시아 유학 당시 선교지를 방문했던 박 목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 박 목사의 창작오페라를 모두 무대에 올렸다.

이 단장은 “평소 지역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산 공연에서도 손양원 역의 테너 김지호, 손동신 역의 바리톤 박대용 등 최고 실력을 갖춘 부산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합창단에도 경성대, 동아대, 동의대, 부산대, 신라대, 인제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대거 참여한다.

1994년 설립된 (사)고려오페라단은 조국애, 사랑, 신앙을 모토로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성경의 에스더 왕비 등 순국, 순교자를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고려오페라단은 이 단장의 은사인 김수길 군산대 교수가 초대 단장을 맡았다. 이 단장은 1996년 고려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았고, 김수길 교수가 작고한 뒤 2007년부터 고려오페라단 단장을 맡아왔다.


이기균 (사)고려오페라단 단장(경성대 음악학부 교수). 이재찬 기자 chan@ 이기균 (사)고려오페라단 단장(경성대 음악학부 교수). 이재찬 기자 chan@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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