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여야 지도부 만남 언제든…” 영수회담 선 긋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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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쟁자 부담스러운 상황
윤 “국익·민생 위해 하나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신임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국익과 민생 앞에서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경쟁관계였던 이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을 포함한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야당을 포함해서 국회와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늘 그런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라는 것이 경쟁도 하지만, 국익과 민생을 위해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영수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제1야당의 리더인 이 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은)그동안 여야 지도부 면담과 관련해선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영수회담’ 대신에 ‘여야 지도부 면담’이란 표현을 쓰면서 우회적으로 영수회담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여야 지도부 면담’ 등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수회담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던 시대의 용어로 권위주의 잔재라는 게 대통령의 시각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영수회담 방식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실 주변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날 이 대표를 예방해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기로 한 일정이 하루 미뤄진 것도 논란이 됐다. 전날 대통령실은 오후 8시 30분쯤 축하난 전달 계획을 공지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이 대표가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결국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이 제대로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거나, 이 대표가 정무수석의 축하난 전달 계획을 인지했으면서도 양산 방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우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협력을 요청하고 기대하는 카운터파트”라며 “정무수석이 충분히 (일정을)조율한 것으로 안다. 날짜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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