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택시업 했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부산 택시업계 첫 폐업 공고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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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금륜산업 전면휴업 이어
대도택시 경영난 속 10월 폐업
면허 감차 보상·타 업체 양도 포기
부산택시조합, 업계 줄도산 우려

부산 택시 업계 사상 첫 폐업 입장을 공식화한 부산 사상구 대도택시 차고지에 29일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택시 업계 사상 첫 폐업 입장을 공식화한 부산 사상구 대도택시 차고지에 29일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지역 중견 택시회사인 (주)대도택시가 오는 10월 폐업한다. 앞서 지난달 부산지역 택시회사 (주)금륜산업이 전면 휴업(부산일보 6월 16일 자 2면 보도)에 들어가는 등 택시업계 경영난이 확산하는 가운데 부산 첫 폐업 사례가 나온 것이다.

29일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사상구 감전동 대도택시가 다음 달 30일까지만 택시운수사업 자격을 유지한 이후 폐업한다는 ‘폐업 안내 공고’를 이날 게시했다.


부산지역 택시 업계에서 회사를 다른 운영자에게 양도하지 않고 완전히 폐업하는 사상 첫 사례다. 통상 택시회사가 경영난에 처하면 회사를 다른 업체에 양도하거나, 부산시에 면허를 반납해 감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줄인다.

그러나 대도택시는 면허 감차 보상을 받지도, 업체를 양도하지도 않고 완전히 폐업한다. 보유 면허 전부를 부산시에 감차 보상 받을 가능성도 낮고, 최근 업계 상황이 극도로 나빠 다른 업체에 회사를 양도할 상황도 못 된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택시조합에 따르면 대도택시는 2020년 11억 7000여 만 원의 적자가 났고, 지난해에는 11억 1000여 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대도택시가 보유한 면허 118대 중 54대는 이미 ‘휴지(사용하지 않는)’ 상태다. 운전사가 없어 놀리는 차는 중고차 업자를 통해 정리하고, 면허는 휴지 처리를 해둔 터라 최근 실제 운용하는 택시는 64대 정도다.

대도택시 도형찬 대표이사는 “회사 업력이 60년 정도 되는데 더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지난해 4월 운전사 최저임금 대법원 판결에 의한 소송 등이 업계에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도 대표이사는 “모든 택시업자들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면허를 양수도 할 상황도 아니다”며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택시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택시 부제를 조금 풀거나 대출 보증을 서주는 건 숨 넘어가는 사람에게 미음 한두 숟갈 넣어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지금 정부나 부산시에서 내놓는 대책은 임시 방편이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부산택시조합은 택시회사 전면 휴업에 이은 첫 폐업 사례까지 나오자 다른 업체도 줄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택시조합은 “정부와 지자체는 택시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택시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부산시는 심야시간 부제 해제, 한시 특례보증 이외 추가 대책보다는 업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인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전체적인 업계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서 전문가들과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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