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숲으로, 선으로 그리는 치유와 희망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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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울 개인전 ‘숲에서 숲으로’
9월 말까지 해운대 유나갤러리
겨울 숲에서 영감 얻은 선 작업
반복된 선으로 숲, 나무 그려내
“꿈·희망 향해 뻗어 나가는 의지”

장시울 개인전 '숲에서 숲으로'는 9월 30일까지 유나갤러리에서 열린다.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개인전 '숲에서 숲으로'는 9월 30일까지 유나갤러리에서 열린다. 유나갤러리 제공

선으로 그린 숲, 작가가 그은 선이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룬다.

장시울 작가의 개인전 ‘Forest to Forest(숲에서 숲으로)’에서는 가는 선으로 자라난 나무와 숲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시그니엘 부산에 위치한 유나갤러리 해운대점의 첫 기획전이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장 작가의 선은 점에서 시작한다. 점은 무에서 유로의 전환, 우주의 시작이며 한 생명의 탄생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위해 수천 수백 번씩 선을 긋는 행위는 작가에게 ‘자가 수행’의 의미이다. “산, 나무, 풀 등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해요. 자연에서 얻은 힐링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일본대학교 건축디자인과를 졸업한 장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장시울 'Forest_210928'.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Forest_210928'. 유나갤러리 제공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미술로 돌아온 작가는 ‘겨울 숲’에서 영감을 얻었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들이 하늘에 선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모습.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겨울 산을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가 얇게 느껴집니다. 얇은 선이 겹친 모습을 통해 메마른 듯 보이지만 새로운 자연을 그려냈죠.” 장 작가에게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는 자기 아픔을 치유하는 일인 동시에 자아실현이기도 했다.

“하나의 선마다 흔들림이 있죠. 각각의 선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흔들리는 가는 선들이 모인 나무는 단단해 보인다. 홀로 타오르는 불꽃 같은 느낌마저 주는 나무에서 ‘꿈을 향해, 희망을 향해 뻗어 나가는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나무는 그림을 그린 저 자신이나 그림을 보는 관람객,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시울 'The Tree_190522'.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The Tree_190522'.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Blue Tree_220108'.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Blue Tree_220108'. 유나갤러리 제공

노랑, 주홍, 파랑, 초록, 검정 등 배경색은 작가가 그림 속 나무를 만난 시간을 의미한다. 나무 위쪽에 반짝이는 별이나 달이 표현된 그림도 있다. “별은 다이아몬드, 달은 순금으로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했어요.” 최신작인 나무 드로잉에는 목탄을 사용했다. ‘Forest’ 시리즈에 이어 ‘The Tree’ 시리즈를 선보인 작가가 나무 자체의 미적 의미를 탐구한 작품이다.

장시울 개인전 '숲에서 숲으로' 전시 전경. 유나갤러리 제공 장시울 개인전 '숲에서 숲으로' 전시 전경. 유나갤러리 제공

숲에서 한 그루의 나무로, 그리고 나무 속으로. 장 작가는 “숲에서 시작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숲에서 숲으로’인 이유가 여기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내가 숲과 공명할 수 있었듯,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서로 공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나의 작품이 타인과 공명하기를 바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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