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름철 바다의 차가운 손님, 냉수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올해 구룡포를 비롯한 동해남부의 바닷가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7월과 8월에 바닷물이 차가워져 냉수대 특보가 자주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고수온이라면 이해가 쉽게 되는데 냉수대는 또 무엇인가? 냉수대라 하면 보통 주변 해역보다 표층수온이 5도 이상 낮은 현상을 말하며, 주로 여름철을 중심으로 늦은 봄부터 이른 가을 사이에 동해와 서해 양쪽에서 모두 발생한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두 가지 종류의 냉수대가 나타난다. 먼저, 동해와 남해동부 연안에서는 연안의 저층수가 표층으로 솟아오르는 용승의 효과에 의해 냉수대가 발생한다. 즉, 동해안에서 남풍이 해안선과 같은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불게 되면, 지구 자전 효과(전향력)에 의해 바람 방향의 오른쪽으로 해양의 표층수가 흘러나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동해의 저층에 있는 차가운 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옴으로써 발생한다. 그래서 동해안의 연안용승 현상은 남풍이 우세한 늦은 봄부터 여름철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다음으로 전남 진도나 충남 북부 연안과 같은 서해에서는 강한 조류가 연안에 부딪혀 저층에 있는 차가운 물이 표층수와 섞이면서 냉수대가 발생한다. 그래서 서해의 냉수대는 밀물과 썰물이 강한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주로 발생한다.

냉수대는 바다에 사는 생물에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우선 여름철에 수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에는 동해 연안에서 강한 냉수대 출현으로 약 70억 원의 양식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수산업 피해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올해는 7차례 냉수대 특보가 있었지만, 어업인들이 잘 대처하여 아직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냉수대가 수산업에 이로운 측면도 있다. 연안용승 현상에 의해 냉수대가 발생하면 해양 저층에 분포하는 높은 농도의 영양염이 포함된 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와 해역의 기초생산력이 높아져, 수산자원을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냉수대는 인간 활동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데, 냉수대 발생 해역에 인접한 연안 도시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냉수대는 여름철 해수욕장의 해수온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려 레저 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올해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 해역의 수온은 최저 11도 내외까지 내려갔었고, 2000년대 중반 강릉 경포해수욕장 인근 해역의 8월 수온은 10도 이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바다의 낮은 수온과 대기의 높은 기온 간의 온도 차는 짙은 해무를 만들기도 하는데, 짙은 해무는 선박 운항의 안전에 위협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냉수대는 해양과 기상·기후 조건에 의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해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현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냉수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연안 실시간 수온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여 냉수대 발생 해역의 실시간 수온 정보를 어업인에게 직접 제공하고 있다. 해양-대기 모델을 접합한 냉수대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여 1주일 전 예측 정확도가 약 80%에 이를 정도로 적중률이 높은 전망 자료도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냉수대 발생해역에서 냉수대 발생 시기에 기초생산력이 증가하고, 대형 식물플랑크톤 개체수가 증가하는 우점 현상을 밝혀냄으로써 냉수대 현상이 동해 연안 수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지구가 회전하고, 남풍이 불고, 조석 현상(천체운동에 의해 해수면의 높낮이가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우리 바다에는 냉수대가 발생할 것이다. 냉수대의 순영향을 잘 활용하고, 악영향에 슬기롭게 대응한다면 여름철 냉수대가 반가운 손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