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연애 예능’…최근 공개만 ‘16편’ 예능 쏠림 심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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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와 OTT에서 선보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 포스터.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와 ‘환승연애2’ ‘돌싱글즈3’(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각 방송사와 OTT에서 선보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 포스터.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와 ‘환승연애2’ ‘돌싱글즈3’(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떠오른 ‘연애 예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니아층을 가진 ‘환승연애’를 비롯해 ‘나는 솔로’와 ‘체인지 데이즈’ 등 최근 공개된 연애 예능 프로그램만 무려 16편에 이른다. 비슷한 포맷과 서사를 가진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선 KBS2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와 SBS ‘연애는 직진’, MBN ‘돌싱글즈’, JTBC ‘러브인’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만났다. 케이블채널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아진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와 SBS 플러스·ENA 플레이 ‘나는 솔로’, tvN ‘각자의 본능대로’, KBS조이 ‘연애의 참견’ ‘비밀남녀’, iHQ ‘에덴’, MBC에브리원 ‘다시 첫사랑’, MBC드라마넷 ‘러브마피아2’, 채널S ‘나대지마 심장아’, 웨이브 ‘썸핑’ ‘남의 연애’ ‘메리퀴어’ 등이 쏟아져 나왔다.

1990년대 MBC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연애 예능 콘텐츠는 2010년대 SBS ‘짝’을 거쳐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분위기다. 요즘 공개된 대부분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비연예인 출연자를 관찰 카메라로 지켜보는 ‘리얼리티’ 방식을 표방한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들이 ‘성소수자’나 ‘첫사랑’ ‘가상 사내 연애’ ‘메타버스’ 등을 소재로 사용해 틈새 공략을 노리고 있지만, 사실상 기본 포맷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연예인의 연애를 카메라로 조명한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체인지데이즈2’와 ‘나는 솔로’, ‘솔로지옥’ 포스터(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비연예인의 연애를 카메라로 조명한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체인지데이즈2’와 ‘나는 솔로’, ‘솔로지옥’ 포스터(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하반기에는 더 많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공개된다. 카카오TV ‘좋아하면 울리는’과 쿠팡 플레이 ‘체인리액션’ ‘사내연애’ 등이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연애 예능은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며 “못해도 기본은 하기 때문에 화제성과 시청률을 다른 소재의 신규 프로그램보다 쉽게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새로운 소재의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잡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대안으로 연애 예능을 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단 리얼리티 쇼 방식에 다른 소재를 얹어 선보이는 게 일상화됐다”며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진만 다르게 내세워 비슷한 포맷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도 시청자의 피로감이 늘 것”이라고 봤다. 이어 “비연예인을 내세운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좋을 것”이라며 “리얼리티 쇼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극적인 지점보단 참신한 설정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블 채널 iHQ에서 시청자를 만났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에덴’ 스틸 컷. iHQ 제공 케이블 채널 iHQ에서 시청자를 만났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에덴’ 스틸 컷. iHQ 제공
인기를 끌고 있는 ‘환승연애2’ 스틸 컷. 이 프로그램은 시즌2까지 제작돼 시청자를 만났다. 티빙 제공 인기를 끌고 있는 ‘환승연애2’ 스틸 컷. 이 프로그램은 시즌2까지 제작돼 시청자를 만났다. 티빙 제공

비연예인을 내세운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 논란도 이어지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방지책은 여전히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사전 인터뷰 등 사전 논의 당시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범죄 이력이나 사회적 물의, 특이 사항을 미리 고지할 것을 요청하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어서다. 과거 출연자 논란을 겪었던 한 예능 PD는 “제작진 입장에선 출연자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며 “관련 서류를 만들어 서명을 받지만, 방송 이후 얼굴이 알려진 뒤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많아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 평론가는 “얼마나 매력적인 출연자를 섭외하는지가 연애 예능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다”며 “출연자 선정과 포맷 설정에서 어떤 지점으로 가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잡을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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