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별세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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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14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대통령이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1990년 12월 14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대통령이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냉전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던 옛 소련(소비에트 연방)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랜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91세.

1931년 러시아 남서부 스타브로폴에서 태어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 국립대 법대를 졸업 후 공산당에서 활동하면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1985년 54세 나이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되면서 권력의 정점에 섰다.

고인은 소련의 정치·경제 체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집권 이후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계를 바꾸려는 의도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1989년 민주화 시위가 동유럽 공산주의권 국가를 휩쓸 때 이들 국가에 대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했고,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했다. 또 몰타에서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 담판을 거쳐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9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련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한국 정상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만났고, 그해 9월 한국과 수교를 단행했다. 그는 서방에서 냉전 해체의 주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에서는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장본인이자 동구권을 서방에 넘겨준 '배신자'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소련의 초대 대통령에 올랐던 그는 결국 19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 이후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데 실패했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 해체를 주도하자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에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여생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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