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끝까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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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대전에서 대낮에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서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탈취한 용의자 2명이 21년 만에 검거되었다. 강도살인범이 21년 만에 검거되다니,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 이 사건은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었고, 2016년 12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15년 7월에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담당수사팀은 ‘끝까지 잡겠다’, ‘우리가 못하면 우리 자식을 경찰 시켜서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수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은행 강도 살인범 21년 만에 검거

담배꽁초·손수건서 DNA 증거 확보

데이터베이스 검찰·경찰 관리 이원화

범인 발각 및 확인 지연 등 문제 속출

기술 발달로 숱한 미제사건 해결 가능

강력범죄 공소시효 폐지 공론화 시급


이 사건의 실마리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손수건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해 확보한 DNA였다. 경찰은 50대 초반의 A 씨를 용의자로 보고, A 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입수해서 담배꽁초와 손수건의 DNA 정보를 확인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DNA법 시행과 태완이법 통과로 살인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완전 범죄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의 찬반 의견이 팽팽할 때, 공소시효 폐지를 도입하게 된 주요한 근거 중 하나가 DNA 기술 발달로 증거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3년 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33년 만에 붙잡혔던 것 역시 피해자 속옷의 미세한 땀방울까지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DNA 분석 기법이 정교해진 덕분이었다. 장기 미제 사건의 범인 검거에 DNA 기술 발달 및 DNA 데이터베이스 관리의 실효성이 재확인된 셈이다.

2008년 조두순, 2009년 강호순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흉악범을 조기에 검거하고 재범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 결과 2010년부터 '디엔에이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시행됐다. DNA법에 의하면 수사기관은 살인과 성폭력, 방화, 인신매매, 마약 제조·밀매 등 강력 범죄로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DNA 정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런데 DNA 데이터베이스 관리 체계를 보면, 교도소 수형인은 검찰총장이, 구속 피의자와 범죄 현장 유류물 관련 DNA는 경찰청장이 관리하도록 이원화되어 있다.

2009년 12월 법 제정 당시 경찰, 검찰이 서로 관리를 하겠다고 하다가 이렇게 각각 나눠 관리하게 된 것인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관리 체계 이원화로 범인 발각 및 확인이 지연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문제다. 실제로 2012년 8월에 발생한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으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0년 교도소에 수형 중이었던 A 씨의 DNA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었는데, A 씨가 출소 후 전자팔찌를 찬 상태에서 2012년 8월 7일 이미 강간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에 DNA를 남겼음에도, 관리 체계가 달라 A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13일 뒤인 8월 20일 A 씨가 중곡동 주부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2차 범행이었는데, 관리 체계 이원화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유족들은 국가가 고위험군 범죄자를 제대로 관리를 못해 참변이 일어난 것이라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과 2심은 유가족이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후 검경은 DNA 정보공유 체계를 만들었지만, 2020년 DNA법을 개정하면서도 여전히 관리 체계는 이원화돼 중복 관리에 따른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DNA법이 지나치게 인권을 침해하고, 범죄 수사 목적 외에 유전 정보가 오·남용되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될 가능성이 있어 엄격한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견해도 많았다. 이러한 DNA 채취 및 관리의 부작용을 위해서라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여, 한 기관에서 엄격한 보안 체계하에 오·남용되지 않으면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최근 DNA 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되어 수십 년이 지나도 증거 확보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제는 살인죄뿐만 아니라, 강도강간, 강도상해 등 강력 범죄와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에 대해서도 공론화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소시효가 지나 뒤늦게 범죄자를 발각하고도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어 범죄자는 발을 뻗고 살고, 강력 범죄의 피해자는 여전히 지옥 속에 살게 된다는 점에서, 공소시효라는 제도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사건으로 완전 범죄는 없고,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것을 각인하고, 강력 범죄율이 낮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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