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82) 1980년대 부산미술의 새로운 조각, 허위영 ‘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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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영(1960~ )은 부산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허 작가가 참여한 주요 전시로는 1985년 ‘제3작업실’전, 1986년 ‘인간, 그 서술적 형상’전, 1989년 금호미술관 개관 기념 ‘80년대의 형상미술’전, ‘부산, 80년대의 형상미술’전 등이 있다. 작가는 약 1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1980년대 부산대 재학 시절 허위영은 김정호, 최석운 등과 함께 ‘제3작업실’이라는 동인 활동을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의식을 미술 언어로 표현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중앙에서 주도적으로 일어난 민중미술과는 다르게 형상미술이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작가는 그 시기의 형상미술을 파악하는 맥락에서 중요한 전시로 언급되는 1986년 사인화랑의 ‘인간, 그 서술적 형상’전에도 참여했다. 김정호, 최석운과 함께 참여한 허위영은 기존의 구상미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형상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 소외되는 인간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작가는 인간이 사회 환경으로부터 소외되는 심리적 환경을 조형 언어로 표현했는데, 이는 형상미술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렇듯 허위영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부산미술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였으며, 부산 조각의 흐름에서도 주요한 족적을 남긴 작가로 평가된다. 허위영의 작품은 구상 조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전적 형식미에 치중하기보다는 조각이 지닌 형상성을 통해 ‘인간 현실의 희화화와 풍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주력한 점이 돋보인다.

허위영의 조각은 나무를 주재료로 활용하는데, 나무의 원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본체가 되는 나무에 다른 나무 조각 등을 끼워 맞추고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본체의 형태에 변형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형태를 완성해 냈는데, 이는 동양의 사찰이나 가옥 등을 지을 때 사용되는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유사성을 보인다.

‘괴수’(1991)는 반인반수의 점박이 무늬와 익살스럽게 벌어진 입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과장되게 벌어진 입은 포악한 맹수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이런 표정과는 반대되는 뭉툭하고 짧은 몸통과 다리 등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놓인 이 알 수 없는 생명체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듯 단순화된 형태와 만화 캐릭터를 묘사한 듯한 표현 방법은 풍자라는 허위영의 언어를 더욱 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괴수’는 작품이 제작될 당시의 인간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모순과 허위로 가득 찬 인간은 오히려 자신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든다. 당시 급변하는 사회 속 윤리적, 인간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욕망과 탐욕으로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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