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열쇠는 산은법 개정… 여야 지역 의원들 힘 모을 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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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산 이전, 어디까지 왔나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조속한 추진을 지시하면서 이전 작업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산은 이전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인 올해 1월 부산을 방문해 ‘깜짝’ 발표한 지역 대표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표를 얻기 위해 한 공약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 필수적”이라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단 집권 100일이 지났지만 산은 이전 과정은 더딘 편이다. 다만 추진 여건은 조금씩 개선되는 중이다. 우선 산은 이전을 강력히 반대했던 전임 이동걸 산은 회장이 물러났고, 대신 대선 캠프 정무실장, 인수위 당선인 정책특보를 지내며 윤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던 강석훈 회장이 지난 6월 취임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강 회장에게 산은 지휘를 맡긴 것은 부산 이전을 조속히 실행하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직원들 반발로 그간 추진 상황 더딘 편

부산시 내건 이전 조건에 기류 변화 감지

본점 서울로 명시한 산은법 개정안 뒷전

개정 작업 총선 국면까지 밀릴 우려도



산은 이전을 위한 핵심 과제인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관련, 아직 표면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앞서 산은 노조는 강 회장이 임명되자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이전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내부 기류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부산시 등에서 이전 시 직원들에 대한 주거, 교육 등 생활 여건에서 꽤 괜찮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들었다”며 “상대적으로 중·고 연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변화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나 부산시에서는 이전 추진의 속도가 관련 법안 개정에 달렸다고 본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법률 개정 없이는 부산으로 이전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공약 발표 이후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부산진갑)이 산은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경남 양산갑) 의원도 지난 4월 국책은행(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소재지를 서울로 제한하는 조항을 없애고 대한민국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 숙원인 산은 이전에 여야 지역 의원들이 한뜻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현재까지 관련 상임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여야 대립 속에서 해당 법안이 후순위로 밀린 데다, 무엇보다 대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 산은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이 지역구에 포함된 민주당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의 경우, 기자회견까지 열어 “산업은행 지방이전 방침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등 완강한 이전 반대 행보를 보인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 중에서도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에 김두관 의원도 법안 발의 이후 후속 논의에 나서지 않는다.

이와 관련,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결재를 하루 만에 다 끝내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강한 의지를 내세운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수 차례 공약한 민주당의 산은 이전 반대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산은 이전을 반대할 명분은 없지만, 윤 대통령의 공약에 굳이 힘을 실을 필요가 있느냐는 계산에서 당내 반대 목소리를 방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법안 개정 작업이 총선 국면까지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민심을 살펴야 하는 총선 국면에서는 민주당도 법안 개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질수록 이전 추진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속한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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