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영화 '낙동강' 디지털 복원… BIFF서 최초 공개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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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전창근 감독 작품
윤이상이 음악 맡아 '눈길'

영화 '낙동강'이 70년 만에 디지털 복원돼 다음 달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낙동강'이 70년 만에 디지털 복원돼 다음 달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한국전쟁 시기 당대의 문화예술인이 대거 참여해 제작된 영화 ‘낙동강’(1952)이 디지털 복원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최초 공개된다. 이번 복원작업을 통해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영화음악을 맡았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돼 화제다.

영화 '낙동강' 속 파괴된 철교.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낙동강' 속 파괴된 철교.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1일 BIFF에 따르면,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은 전창근 감독의 영화 ‘낙동강’의 원본 필름을 발굴해 4K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이 영화는 한국전쟁 시기 제작된 14편의 극 영화 중 영상자료원이 세 번째로 보존하게 된 작품이다. 유일하게 영상과 음향의 유실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기록적·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영화 '낙동강' 속 피란민.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낙동강' 속 피란민.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낙동강’은 한국전쟁 실제 전투가 기록된 극 영화로, 한국영화사와 음악사에 있어서도 의미가 깊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측은 “최근 필름이 발견된 영화 ‘낙동강’에서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사실과 더불어 윤이상의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詩)’와 영화음악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확인했다”며 “영화음악이 관현악곡의 원형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윤이상의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 자필 악보 도입부.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윤이상의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 자필 악보 도입부.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영화에 삽입된 음악은 윤이상 작곡가의 관현악곡인 ‘낙동강의 시’와 주제 선율이 같다.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윤이상은 우리나라에서 ‘낙동강의 시’ 작곡을 시작해 1956년 프랑스 파리 유학 중에 완성했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7년에 자필 악보가 발견돼 2018년 4월 5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한스-크리스티안 오일러가 지휘한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한 바 있다.

윤이상의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 자필 악보 표지.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윤이상의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 자필 악보 표지.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영화는 경남 마산 출신인 노산 이은상의 시 ‘낙동강’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한국전쟁의 실제 전투 장면과 낙동강 전투 극화 장면이 합쳐진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벌어졌던 ‘낙동강 전투’를 재현함으로써 급박했던 전쟁 상황을 생생히 보여준다.

영화 '낙동강' 속 이은상 시 '꽃다발'.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낙동강' 속 이은상 시 '꽃다발'.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극 영화이지만 실제 기록 영상을 삽입해 현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당시 피난민이었던 관객들에게 전황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전시 상황 속에 촬영돼 1952년 2월 부산 개봉 당시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건넸다. 전쟁 중에 영화가 제작됐을 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등 피란 도시에서 정식 개봉한 이력도 특별하다.

영화 '낙동강' 속 무용가 조용자의 춤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낙동강' 속 무용가 조용자의 춤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시인 이은상, 작곡가 윤이상, 무용가 조용자 등 당대 문화 예술인들의 창작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낙동강을 배경으로 하는 무용가 조용자의 춤선은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흘러나오는 합창곡 ‘낙동강’은 윤이상의 곡에 이은상의 시를 가사로 입혀 영화에 웅장함을 더한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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