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 숨겨진 불평등·위태로운 삶의 실체 파헤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풋워크 / 탠시 E. 호스킨스

해마다 242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 <풋워크>는 신발 산업의 숨겨진 문제를 전면에 끄집어낸다. 사진은 동남아시아의 한 신발제조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가죽을 손질해 신발을 생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해마다 242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 <풋워크>는 신발 산업의 숨겨진 문제를 전면에 끄집어낸다. 사진은 동남아시아의 한 신발제조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가죽을 손질해 신발을 생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구에서 신발을 착용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다. 선사시대에는 식물섬유와 썩기 쉬운 원료를, 이후에는 가죽을 비롯한 좀 더 튼튼한 원료를 이용해 신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계화·분업화를 통해 신발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요즘 시대를 맞았다. 77억 명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신발은 연간 242억 켤레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에 6600만 켤레가 쏟아지는 셈이다.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신발 수집 규모는 수천 켤레에 이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신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신발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열대 아프리카 지역의 농민과 어린아이들은 신발을 살 돈이 없어서 여러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발이 만들어지지만 세계 인구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지는 않는 것이다.


독성 폐수 쏟아내는 노동 현장 고발

극빈층, 신발 살 돈 없어 질병에 노출

통제 벗어난 과잉 소비 풍조에 경고장

자연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도 다뤄

〈풋워크〉(Foot Work)는 신발 산업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다. 신발에 숨겨진 불평등하고 위태로운 삶의 실체를 파헤친다. 쏟아지는 독성 폐수 등으로 인해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무두질 공장의 노동자,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나이키 운동화를 사기 위해 월급의 절반을 사용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지출 실태 등 신발 산업 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각종 통계와 자료를 면밀히 조사한다.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찾아 몰려가는 다국적기업의 무분별한 경제 활동, 사람들보다 금전적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적 결정,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의 불평등, 자연자원과 환경의 파괴, 통제를 벗어난 과잉소비주의 등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결국 이 책은 신발을 통해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현대의 과잉생산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상품은 한 번에 수십억 톤씩 팔려나가고, 이윤은 쌓이고 또 쌓인다. 많은 이들이 과잉소비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낮은 임금, 그보다도 더 낮은 규제를 추구하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영향이라고 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는 다른 많은 상품과 마찬가지로 신발은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추동력인 동시에 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신발은 생산의 세계화를 최초로 경험한 일상물품 중 하나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조형하는 상호 의존과 불평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신발이 왜 그토록 많은 아수라장을 초래했는지에 대해 저자는 신발 산업이 규제 완화와 하도급이 일어나는 자본주의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신발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었다. 신발이 지속 가능성을 얼마나 잃었는지를 가죽 산업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건 없다. 죽음과, 인간이 다른 종을 살해할 권리가 있다는 인류지상주의적 믿음에 입각한 가죽 산업은 그 심장부에 고통과 약탈을 안고 있다. 소들의 산업적 살해라는 일상화된 참상은 인류 전체의 자원 중 가장 귀중한 것으로 손꼽히는 아마존 강 유역의 파괴를 요구한다. 인권과 건강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노예제를 요구한다. 또한 어마어마한 양의 독성 화학물질을 우리의 삶을 떠받치는 물과 토지로 쏟아부을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은 이처럼 심각한 문제 제기와 함께 실제적이고 행동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신발 산업이 수작업의 축소와 글로벌 사우스의 노동 및 성 불평등으로 인해 저항하기 힘든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국가와 비정부기구, 환경 단체, 인권 단체 등의 더욱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촉구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여러분은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다소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쩌면 창밖으로 세상을 내다볼 때에도 그러할지 모른다. 이 불편함은 반드시 느껴야 하는 중요한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만 느끼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 세계가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신발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개인적 변화, 정치적 변화, 시스템의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신발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오랫동안 많은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인류와 지구를 지켜주어야 할 법률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각성을 촉구한다. 아래로부터 출발하는 세계화 등 새로운 체제에 대한 힌트도 제시한다. 특히 기후 파괴를 막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해 세계를 한층 공정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탠시 E. 호스킨스 지음/김지선 옮김/소소의책/364쪽/2만 1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