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오바마 리스트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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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장

한국에선 보통 정치인 혹은 경제인 이름 뒤에 목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리스트(list)’가 붙어 ‘000 리스트’라고 말하면 뇌물이나 부패 등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된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기는 했다.

그러나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일명 ‘오바마 리스트’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다.

오바마는 거의 6개월마다 소셜미디어에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뇌를 즐겁게 하는 독서 추천 리스트를 발표한다. 가끔 오바마 영화 리스트도 있다. 이 중 여름을 앞두고 발표되는 오바마 여름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반응이 꽤 좋다. 최신 팝부터 록, 랩, 재즈, R&B, 고전음악까지 정말 다양한 음악이 들어 있다. 마치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장르별로 다 준비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오바마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독서리스트(2022 BARACK OBAMA’S SUMMER READING LIST)와 여름 플레이리스트(2022 BARACK OBAMA’S SUMMER PLAYLIST)를 소개했다.

올여름 플레이리스트를 잠깐 보면, 예년처럼 시대와 장르를 망라했다. 비욘세(Beyonce)의 신곡 ‘BREAK MY SOUL’부터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Music For a Sushi Restaurant’,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꼽은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Die Hard’가 눈길을 끈다. 드레이크(Drake), 디안젤로(D’Angelo), 호프 탈라(Hope Tala)의 트랙도 흥미롭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전 아티스트인 프린스(Prince), 스피너스(The Spinners)에 대한 언급도 반갑다.

DJ 오바마가 선곡한 음악은 올여름 휴가지에서 혹은 더위로 잠을 설치던 여름 밤에 좋은 친구가 돼 주었다. 음악과 책, 영화에 대한 그의 폭넓은 취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자주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문화 사랑은 공연장에 한두 번 마치 보여 주기 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전부다. 다양한 문화 현장을 꾸준히 즐기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사례가 잘 없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리스트는 참 부럽다. 한국에도 좋은 음악, 좋은 책, 좋은 영화를 제대로 폭넓게 추천하는 정치인의 리스트가 얼른 등장하길 기대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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