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 또 ‘퇴직 공무원’ 임명 뒷말 무성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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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전 시 안전도시국장 임명
3년 연속 적자 예상 ‘경영 위기’
‘경제 전문가 더 절실’ 지적 제기

통영시는 지난달 25일 통영관광개발공사 제5대 사장에 김용우 전 안전도시국장을 임명했다. 왼쪽부터 김용우 공사 사장, 천영기 통영시장, 최형근 공사 비상임감사. 통영시 제공 통영시는 지난달 25일 통영관광개발공사 제5대 사장에 김용우 전 안전도시국장을 임명했다. 왼쪽부터 김용우 공사 사장, 천영기 통영시장, 최형근 공사 비상임감사.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의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이후 공사) 임원 채용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장과 본부장 등 요직을 매번 공무원 출신이 꿰차면서 ‘퇴직공무원 자리보전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위기 상황에 행정 전문가 보다 경제 전문가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통영시는 지난달 25일 제5대 공사 사장으로 김용우 전 시 안전도시국장을 임명했다. 김혁 전 사장이 임기 만료로 지난해 연말 물러난 후 공석으로 비워둔 지 8개월 만이다. 공사는 통영시가 현물출자(100%)한 지방공기업으로 시장이 임원 임명권을 갖는다. 앞서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개모집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했고, 천영기 시장이 김 전 국장을 낙점했다. 새 사장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3년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도 가능하다. 연봉은 시장과 상호협의 후 결정하는데, 기본급에 수당, 인센티브를 합쳐 1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행정전문가로의 경험과 자질을 보유했다’는 게 통영시의 김 사장 임명 배경이다. 1986년 공직을 시작한 김 사장은 2020년 퇴직했다. 지역 명소로 거듭난 동피랑과 서피랑 탄생의 주역으로 공무원노조 전신인 직장협의회를 발족해 초대 회장을 지냈고, 노조 지부장을 2차례 연임하며 같이 근무하고 싶은 직장 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그동안 시에서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공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타개해 나가는 동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사장도 “처해있는 위기 요소는 빠르게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공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무원 출신이 공사 내 요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신경철 사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된 전문 경영인이었다. 개장 초기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케이블카를 ‘국민케이블카’라는 반석 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민선 5~6기에 임명된 2~3대 사장은 전직 공무원(이상균 전 창원시부시장, 김영균 전 통영시부시장) 차지였다. 현 김 사장을 포함해 역대 사장 5명 중 3명이 직업공무원 출신이다. 여기에 2014년부터 공사 직제에도 없던 본부장(임원) 자리까지 만들어 퇴임한 통영시청 공무원을 앉히고 있다. 공사가 퇴직공무원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에선 이번 만큼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2007년 설립 이후 2019년까지 13년 연속 흑자를 냈다. 비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케이블카였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탑승객 100만 명을 넘기며 국내 케이블카 산업의 ‘롤모델’이 됐다.

이를 토대로 매년 통영시에 30억 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기며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전남 여수, 사천에 경쟁 시설이 속속 개통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탑승객이 급감하면서 2020년 공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적자(당기순손실 13억 8600만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8억 1100만 원 손실을 냈고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차량 탈선사고로 멈춰 선 모노레일 운행 재개, 감사원 감사에 따른 후속 조치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럴 거면 공개모집을 할 이유가 없다. 들러리 세우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뻔한데 역량 있는 인재가 지원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퇴직자와 행정가가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운영 여건이 좋은 상황이라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영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분명 아쉽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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