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없는 추석, 과로·과음·과식과는 거리두세요!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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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응급실 환자 배 급증
감기·화상·관통상 환자 등 몰려
상한 음식이 복통 일으키는 주범
만성질환자, 기름진 음식 삼가야
가사 노동 전후 스트레칭 필수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이 내원 환자에게 건강관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이 내원 환자에게 건강관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오는 9일부터 나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지 않는 첫 명절이어서 고향 방문 행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 감염에 주의해야겠지만, 장시간의 이동에다 모처럼의 들뜬 분위기로 생활 리듬이 깨지고, 과식을 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명절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자칫 병원 신세를 질수도 있다.


■추석 연휴 복통·화상 환자 급증

명절 연휴에는 평소보다 배나 많은 환자들이 크고 작은 사고나 질환으로 병원 응급실로 몰린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추석 전후 응급의료센터 환자내원 현황에 따르면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만 8000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명절 당일과 그 다음날 내원환자가 특히 많았는데, 평소와 비교하면 평일의 2.1배, 주말 기준으로는 1.6배의 환자가 몰렸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다 보니 감기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가장 많았고, 두드러기, 장염, 염좌, 얕은 손상, 열, 복통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고로 인한 응급의료센터 내원도 많았는데, 평소와 비교해 화상은 3.1배, 관통상은 2.5배, 교통사고 환자는 1.5배 증가했다. 음식 조리 과정에서 화상을 입거나, 벌초를 하다 예초기 날에 돌이나 파편이 튀어 부상을 입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통증이 감소할 때까지 화상 부위에 찬물을 흘려주고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응급 처치 후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갑자기 의식을 잃은 환자가 발생한 경우 즉각 119에 신고하고, 맥박이 뛰지 않으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 정보는 129(보건복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20(시도 콜센터)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또 응급의료포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 등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상한 명절 음식 먹다 배탈로 고생

명절 때 가족 친지가 권하는 음식을 이것저것 먹다 보면 갑작스런 복통에 시달릴 수 있다. 명절 연휴 기간 가장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 장염이다. 장염에 걸리면 설사와 복통, 구토, 고열, 오한 등의 증세로 고생하게 되는데, 장염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

명절 음식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놓지만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상온에 오랫동안 노출시키는 일이 빈번한데, 이렇다 보니 음식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만든 음식은 익히지 않은 음식과 같이 보관하면 안 된다.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40~60도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조리할 때는 60도 이상으로 가열하고, 만든 음식물은 바로바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행주나 도마 등 조리도구들도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차례상에는 육류, 생선, 전 같이 기름진 음식이 많이 오르는데 이들 음식에 함유된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위산 역류를 겪을 수 있어 위장 질환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구부정한 자세 피하고 자주 스트레칭

명절에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가 관절이다. 명절 차례 준비나 장거리 운전으로 고생하다 보면 한동안 온몸 마디마디가 욱신거리는 명절 후유증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 소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바닥에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는 등 구부정한 자세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하중을 많이 받게 돼 경추, 척추, 무릎 등 관절에 좋지 않으므로 가급적이면 식탁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또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허리만 숙이지 말고 허리와 무릎을 같이 굽혀 물건을 몸에 붙게 들어야 허리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명절 때는 차례상 차림 등으로 평소보다 신체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 가사 노동 전후로 스트레칭과 함께 중간 중간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면 가족이 분담해 일을 해야 한다.

꽉 막힌 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피로감, 통증과 함께 근골격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몸을 최대한 시트에 밀착하는 등 올바른 자세로 앉아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목뼈의 C자 곡선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시간 운전 시 휴게소 등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만성질환 있다면 기름지고 짠 음식 삼가야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 등을 가진 만성질환자의 경우 추석 연휴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당뇨 환자가 주의해야 할 명절 음식으로는 떡, 잡채,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전, 튀김, 한과, 과일, 식혜 등이 있다. 술도 당뇨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혈당 조절이 잘 되는 경우라도 가급적 1~2잔 정도로 제한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단백질, 염분, 칼륨, 인 등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명절이라고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국물 요리에는 염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좋고, 저단백 식사를 위해 육류 섭취는 하루 허용량에 맞춰야 한다”며 “채소는 물에 2시간 정도 담갔다 조리하는 것이 칼륨 함량을 최대한 낮출 수 있고,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과일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이들 역시 기름지고 짠 음식은 피하고, 음주와 흡연, 카페인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충분한 채소와 적당한 양의 과일을 매일 먹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으로 연휴 피로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야 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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