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 엎친 데 태풍 닥치는 남해안… 양식업계 ‘초긴장’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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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앞바다 발생한 적조
남해 거쳐 통영 바다까지 확산
시설물 피해에 적조까지 근심
경남도, 적조대응상황실 설치

4일 오전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에 대비해 인부들이 양식장 시설물을 고정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4일 오전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에 대비해 인부들이 양식장 시설물을 고정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웬일로 조용히 넘어가나 싶더니….” 4일 오전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유난히 파란 하늘과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속에 묘한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바다 위 양식장에선 인부들이 그물과 밧줄을 다잡느라 분주하다. 먼발치서 현장을 주시하던 어장주가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그는 “(태풍)매미 때 딱 이랬다. 전날까지 해가 쨍쨍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양식장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이번에 오는 놈은 더 무서운 놈이다. 대비는 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다. 부디 큰 피해 없이 비껴가 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운 좋게 태풍을 이겨 내도 안심할 수 없다. ‘붉은 재앙’ 적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이맘때 든 적조는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 세게 온다. 태풍에 적조까지 덮치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름내 남해안 양식장을 위협하던 고수온은 사그라졌지만, 어민들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되고 있다. 뒤늦은 적조 출현에 이은 초강력 태풍까지, 연이은 불청객 등장에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사라’와 ‘매미’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급 태풍의 기세에 어민들은 노심초사다.

적조 특보 발령 해역도. 경남도 제공 적조 특보 발령 해역도. 경남도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올해 처음 관측된 ‘유해 적조’가 일주일 만에 경남 남해를 지나 통영 사량도 인근까지 세력을 넓혔다. 4일 현재 전남 해역은 ‘적조 경보’, 경남 해역은 ‘적조 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유해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이 이상 증식할 때 출현한다. 점액질 성분으로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적조 특보는 이 코클로디니움 개체 수가 mL당 10개 이상일 경우 예비주의보로 시작해 100개체를 넘으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집단폐사가 우려되는 1000개체까지 증식하면 경보로 격상된다.

현재 통영과 남해 연안에선 100~250개체/mL의 옅은 적조띠가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수온(21~24도)과 염분(31~33psu) 범위가 코클로디니움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라 고밀도로 집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과원의 전망이다.

관건은 태풍이다. 통상 적조 발생 초기,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은 육상의 영양염 공급을 활성화해 적조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가 된다. 강한 바람에 적조 생물이 연안으로 밀집돼 세력을 불리기도 한다.

오는 6일 남해안을 관통할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와 최대 풍속 43m/s의 강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시설물 피해와 함께 이례적인 ‘가을 적조’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6년, 2009년, 2012년에 이맘때 발생한 적조가 10월까지 유지되면서 양식 업계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올해는 한 달여 넘게 지속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양식 어류의 체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 상태에선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경남도는 지난 7월 남해군 미조 앞바다에서 2022년 적조방제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지난 7월 남해군 미조 앞바다에서 2022년 적조방제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와 연안 지자체는 적조대응상황실을 설치해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적조 발생·변동 상황을 입체적으로 예찰해 관련 정보를 현장 어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적조띠 출현 시 발생 해역을 중심으로 전해수황토살포기, 바지선, 관공선 등을 총동원해 조기에 확산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적조 발생 해역이 확대되는 상황에 태풍 북상 여파로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의 관심과 자율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 요령에 따라 어장 관리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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