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북상에 또 ‘빌딩풍 악몽’ 부산 초고층 아파트 ‘안절부절’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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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태풍 때 해안가 일대 큰 피해
50층 넘는 건물 많아 주민 걱정 높아
전문가 “창문·창틀 고정 등 대비를”

태풍이 오면 빌딩풍이 심해지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고층 아파트. 부산일보DB 태풍이 오면 빌딩풍이 심해지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고층 아파트. 부산일보DB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부산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빌딩풍’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바람이 건물 사이를 지나며 더욱 거세지는 현상인 빌딩풍은 2년 전 태풍으로 해운대구 일대에 큰 피해를 남기고 신종 재난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깨지고 파편이 수십m 주변으로 흩날리는 등의 빌딩풍 피해를 기억하는 초고층 아파트 입주민들은 태풍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4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께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43m/s 수준으로 부산에 접근한다. 현재 관측대로라면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강력 태풍이 부산을 강타할 경우 빌딩풍에 의한 인명·재산 피해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전국 첫 빌딩풍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권순철 교수는 “힌남노 태풍으로 발생할 빌딩풍은 지난 태풍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력이 강할 것”이라며 “부산이 강풍 영향을 받는 태풍 경로의 오른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초고층 건물 위주의 빌딩풍 피해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2020년 9월 3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아파트 베란다가 강풍으로 부서져 있다. 부산일보DB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2020년 9월 3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아파트 베란다가 강풍으로 부서져 있다. 부산일보DB


빌딩풍은 강풍이 높고 좁은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바람의 위력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입으로 바람을 불었을 때보다 빨대로 불었을 때 바람의 속도가 더욱 강해지는 원리와 같다. 빌딩풍은 지난 2020년 8월과 9월 잇따라 부산을 덮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을 통해 큰 피해를 남기고 신종 재난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빌딩풍으로 해운대구 달맞이언덕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외벽 유리 수십장이 깨지고, 엘시티 건물 외벽 유리창도 파손돼 파편이 주변으로 쏟아졌다. 해운대구 뿐 아니라 수영구 수영강변 일대 아파트에서도 태풍으로 넓은 면적의 외벽 유리창이 통째로 깨지기도 했다. 2년 전 부산에서 이뤄진 국내 첫 빌딩풍 연구에서 엘시티 건물 앞 풍속이 초속 40m일 때 건물 뒤 특정 지점에서는 빌딩풍 영향으로 풍속이 초속 60m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부산은 전국에서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지역인 만큼 태풍 힌남노 상륙을 앞두고 주민들의 걱정도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장 모(57) 씨는 “비교적 저층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많아 건물 사이를 빠져나와 강력해진 강풍 피해가 가장 걱정된다”며 “창문이 흔들리지 않게 창틀을 고정해두고 유리창에 테이프와 종이를 덧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영구 민락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모(32) 씨는 이날 가족과 함께 베란다에 있는 짐을 정리했다. 혹시 모를 유리창 파손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씨는 “베란다에 있는 목재 서랍과 화분과 운동기구 등을 집 안으로 넣어뒀다”며 “강력한 태풍인 만큼 유리창 파손이 걱정돼 대비를 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아파트 입주민으로 이뤄진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벌써부터 강풍 대책 등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풍 피해 방지를 위해 창문을 완벽히 닫거나 고정하고 날아갈 수 있는 간판 등 물건들을 치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대비책은 창문을 꼭 닫고 이격거리 없이 창틀을 완벽하게 고정하는 것”이라며 “빌딩풍은 바닥의 돌멩이도 솟구쳐 올리게 할 수 있는 만큼 아파트 단지의 자갈이나 조경석, 간판과 흔들리는 물건들을 미리 치워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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