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가속 국힘 ‘주호영 선장’ 유력… 이준석 “개탄스럽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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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일 전국위 당헌 개정안 의결
현 비대위원 사퇴 후 재임명 거론
대안 없어 주호영 재신임 가능성

“당헌·당규 졸속 개정 반헌법적”
이준석, 대구서 회견 갖고 맹비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시민들,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시민들,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잇따라 전국위원회(5일)와 상임전국위원회(8일)를 열어 추석 전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다. 새 비대위원장은 법원의 1차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됐던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유력하다.

그러나 새 비대위에 대한 반발이 여전한 데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법원의 추가 가처분 심리 변수가 남아 당내 긴장감은 상당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4일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새 비대위에 대해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며 여론전의 강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5일 전국위원회에서 지난 2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논의한 당헌 개정안을 공식 의결한다. 당헌 개정안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부분을,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고쳤다.

법원의 1차 가처분 인용의 주요 근거인 ‘비상 상황’에 대한 요건을 구체화해 비대위 전환에 대한 시비를 없앤다는 취지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김용태 최고위원을 제외한 4명이 사퇴한 현 지도부 상태에 규정을 맞춘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어 8일에는 재차 전국위를 열고 새로 결정된 비대위원장과 위원들을 공식 선임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이 가능하다.

당헌 개정 직후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주말 동안 새 비대위 인선에 대한 당내 여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1차 ‘주호영 비대위’가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 법원의 가처분 판단으로 무산된 데다, 당헌 개정으로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이번에 재신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서 ‘주호영 비대위’에 특별히 반대하는 의원도 없고, 당헌 개정으로 법적 하자가 치유된 만큼 법원이 제동이 걸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이런 판단의 배경이다. 비대위 출범 후 원내대표 선거, 그리고 몇 달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의원들이 비대위 승선보다는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쏠린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주 위원장의 재등판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주 의원 잘못은 아니지만 법원이 한번 직무를 정지한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다시 내놓는다면 국민에게 변화 없고, 오만하게 비치지 않겠느냐”며 “추석 민심을 얻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새 비대위 출범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 전 대표가 던진 ‘가처분 폭탄’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뿐만 아니라 5일 개최하는 전국위 소집 금지에 대한 가처분도 신청해 놓았다. 14일로 예정된 법원 심문에서 인용될 경우 5일 전국위에서 결의될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 인선 등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며 “절반을 훌쩍 넘는 국민이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와중에서도 전국위에서 이것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맹비난했다.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당내 다수는 당헌 개정으로 새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문제가 모두 해소됐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이번에도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의힘이 엄청난 내상을 입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이 전 대표 측의 여론전이 지속되더라도 비대위를 둘러싼 내홍은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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