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최대 시속 220km” 예고… 튼튼한 건물도 안심 못 할 센바람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11호 태풍 이동경로와 세기는?

6일 오전 7시 통영 9시 부산 상륙
트럭 전복 시속 125km보다 강풍
북상하며 세력 키울 열에너지 흡수
7일 오전 3시 태풍 영향 벗어날 듯

4일 경기도 수원시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경로를 점검하고 있다. 기상청은 6일까지 전국적으로 집중호우와 강풍이 있을 것으로 예보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수원시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경로를 점검하고 있다. 기상청은 6일까지 전국적으로 집중호우와 강풍이 있을 것으로 예보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부산·울산·경남을 통과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예상되는 힌남로의 이동 경로와 이동 속도 등을 고려하면 6일 오전 부울경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태풍의 위력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60km 해상에 도달한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20hPa(헥토파스칼)과 초속 54m로, 태풍 강도는 가장 높은 ‘초강력’ 단계에 해당한다. 이어 5일 오후 3시 서귀포 남남서쪽 340km 부근 해상, 6일 오전 3시에 서귀포 동북동쪽 50km 부근 해상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서귀포시를 스치듯 지나가면 힌남노는 태풍 강도가 ‘초강력’에서 한 단계 낮은 ‘매우 강’으로 떨어진다.



이후 힌남노는 남해안으로 근접한다. 6일 오전 7시 힌남노는 경남 통영과 최근접거리 20km, 고성과는 30km로 지나간다. 한 시간 뒤인 오전 8시에는 창원 근처 20km 지점을 통과하고 그때엔 태풍 강도는 ‘강’으로 한 단계 더 떨어진다. 이후 오전 9시 부산 북북서쪽 20km 지점에 상륙한 뒤 경북 경주와 포항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 나갈 전망이다.

‘초강력’에서 태풍의 강도가 두 단계 하락하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산 상륙 때 실제 태풍의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통상 태풍이 상륙하면 기후적 요인에 따라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초강력 단계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다.

동해상으로 나간 힌남노는 6일 오후 3시엔 울릉도 북북동쪽 50km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3시엔 일본 삿포로 서쪽 410km까지 이동해 한반도는 완전히 힌남노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힌남노가 역대 최대 위력으로 상륙하게 되는 것은 주변 기후 상황이 태풍에 지속해서 열에너지를 채워 줬기 때문이다. 4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320km 해상에서 있던 힌남노의 강도는 ‘매우 강’이다. 하지만 5일 오전 서귀포시 남남서쪽으로 오는 과정에서 다시 강도가 ‘초강력’으로 강화된다.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진하면서 오히려 힘을 키운 셈이다. 중국 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고 일본 쪽 북태평양고기압은 세력이 축소돼 힌남노의 길이 한반도로 열렸다. 여기에 힌남노가 지나가는 해상의 열에너지도 풍부했는데, 태풍이 발달하기 충분한 수준보다 20%는 많은 상황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수증기도 계속 공급돼, 태풍 강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반면 태풍의 영향력을 줄여 주는 기상 조건들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기 상층부의 제트기류는 태풍이 성장하지 못하게 막아 주는 기능을 하는데, 현재 힌남로 이동경로의 대기 상층 제트기류는 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기 상하층 풍속 차가 작아져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할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힌남노는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12호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열대저기압을 흡수해 세력을 급격히 키우기도 했다. 사실상 두 개의 태풍이 합쳐서 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6일 오전 힌남로의 부산 인근 상륙으로 부울경 해안가를 중심으로 최대 시속 220km(초속 60m)의 강풍이 불 수도 있다. 이 정도 강풍은 일상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규모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속 90km 정도의 바람만 불어도 걷거나 서 있는 것이 힘들며, 정상적인 차량 운전도 어려워진다. 시속 110km 즈음엔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고 간판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를 넘어서면 지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속 125km를 넘기면 지붕이 뜯길 수도 있고 트럭이 뒤집히며 시속 140km를 넘기면 목조 주택이 파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속 200km 정도의 강풍은 비교적 튼튼한 건물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태풍에서 간판이나 현수막 등이 파손될 수 있는데, 힌남노의 경우 튼튼한 구조물도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할 수 있는 한 시설물 점검을 하고 태풍이 오면 야외에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