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고 흉기 위협… 부산 교사 97% “교권 침해 더 악화”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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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사노조, 인식조사 설문
84% “사건 처리 제대로 안 돼”
전문 상담기관과 연계 방안
학생 지도 법적 장치 등 주문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누운 채 수업 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누운 채 수업 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선생님에게 욕설하고 침 뱉는 학생’ ‘급식판 휘두르고 머리채 쥐어뜯는 학생’ ‘흉기를 들고 찾아온 학부모’. 언론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근래 부산에서 교사들이 당한 교권침해 사례다.

전국적으로 교권침해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교사노조가 최근 부산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 침해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97%가 ‘교권침해 정도가 예년보다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학교에서의 교권침해 정도가 예년보다 심해졌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147명 중 74.6%(851명)가 ‘매우 심해졌다’, 22.8%(260명)가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두 응답을 합치면 교사들 중 97.4%(1111명)가 교권침해 문제에 대해 심해지고 있다고 인식했다. 반면 ‘보통이다’는 응답은 28명(2.5%)에 불과했고, ‘(많이)줄어들고 있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학교 현장의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 관련 신고와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2.4%(27명), '그렇다' 3.2%(36명) 등 긍정적인 응답 비율은 5.6%(63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84.5%(965명)의 교사들은 교권침해 사건 신고·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9.3%(677명)에 달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구체적인 교권침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수많은 직간접적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한 교사는 “수업 중 떠드는 학생을 제지하자 ‘선생님 꺼지세요, X발’이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 지도 때문에 시간을 써버려,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너무 어렵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니가 선생이냐. XX년이…' 등의 욕설을 들었지만 학교는 묵인했다”며 “정식으로 고소를 안 한 게 후회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학교 관리자(교장·교감)가 피해 교사를 회유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교사들은 증언했다.


부산교사노조 제공 부산교사노조 제공
부산교사노조 제공 부산교사노조 제공

이와 관련, 교사들은 ‘교권침해와 관련한 어려움’(복수응답)으로 ‘정당한 지도도 아동학대로 몰릴 수 있는 점’(22.4%) ‘학생 지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 미비’(20.4%)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18.7%) ‘교권침해로 인한 정신적 상처’(18.4%) ‘학부모와의 소통’(11.2%) 등을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학생들을 정당하게 지도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 가해 학생의 즉각적인 분리, 전문 상담·치료기관과의 연계 등을 제안했다. 한 교사는 “외국처럼 문제 행동 학생을 즉각 분리하고, 이후 지도는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권침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원단체에서는 학교생활지도법 제정 등 교사들의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리지 않도록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해왔다. 앞서 7월 14일 교사노조연맹의 요청으로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에서 ‘학생생활지도법 근거법령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입법 발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수업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학생생활지도법이 조속히 제정돼, 교사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학교 교육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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