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개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음악… 피아노 듀오 '지음' 창단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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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 고신대 교수·박정희 동아대 교수
6일 저녁 부산문화회관 창단 연주회


권준 고신대 교수와 박정희 동아대 교수가 피아노 듀엣 앙상블의 매력을 알릴 '듀오 지음'을 창단한다.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권준 고신대 교수와 박정희 동아대 교수가 피아노 듀엣 앙상블의 매력을 알릴 '듀오 지음'을 창단한다.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한 대의 악기로 두 사람이 연주하는 다른 실내악은 없잖아요? 피아노 포핸즈만의 독특한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연습도 혼자선 못 해요. 둘이 만나야만 가능하죠.”(권준 고신대 교수)

“연주를 하다 보면 손가락이 부딪히기도 하고 제가 권 선생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는데, 잘 비켜주시고 배려해 주세요. 배려가 좋은 연주를 만드는 것 같아요.”(박정희 동아대 교수)

스무 개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만들어내는 음악. 피아노 듀엣 앙상블의 매력을 선사할 ‘듀오 지음’이 6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연다. 지음이라는 이름은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짓다)’는 뜻과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소리를 알아간다(知音)’는 뜻을 담고 있다.

박 교수는 “올해 초 겨울방학 때부터 악보를 보기 시작하면서 연주회를 준비했는데, 공연 날 오전에 태풍이 온다고 해서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2016년엔 연주 도중에 지진이 발생하는 등 별의별 일이 다 있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처음 함께 연주를 하게 된 건 2018년 아트뱅크코레아의 슈베르트 기획공연 때다. 권 교수는 “개인적으로 젓가락 행진곡 이후에 포핸즈 곡 연주는 처음이었다(웃음)”며 “김문준 아트뱅크코레아 대표가 두 사람이 함께하면 잘 할 것 같다고 해 포핸즈로 엮어준 게 지음의 창단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준 고신대 교수와 박정희 동아대 교수가 피아노 듀엣 앙상블의 매력을 알릴 '듀오 지음'을 창단한다.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권준 고신대 교수와 박정희 동아대 교수가 피아노 듀엣 앙상블의 매력을 알릴 '듀오 지음'을 창단한다.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2018년 공연에서 드라마 ‘밀회’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연주해 유명해진 ‘슈베르트 판타지’를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슈만(2019년)과 베토벤(2020년), 드보르자크(2021년) 기념 음악회 등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서로의 연주에 대해 권 교수는 “연주력이 정말 뛰어나고, 모든 라인이 자연스럽고 유려하다”고, 박 교수는 “음색이 따뜻하고, 호흡이 길어 음악적으로 많이 배운다”고 평을 내놨다.

창단 연주회에서는 멘델스존, 루빈스타인, 드보르자크의 포핸즈 곡을 연주한다. 공연을 기획한 김문준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이 듀오곡 중에서는 최고 난이도의 곡으로 구성돼 있다”며 “기량이 뛰어난 두 피아니스트가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듀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동생 박미정 피아니스트와 함께 듀오 ‘소리나’(한국어 ‘소리’와 이탈리아어 ‘우나(하나)’의 합성어)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2012년 서울에서 데뷔한 후 2~3년마다 부산 공연을 함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오케스트라로 단체 활동을 하는 다른 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개인적인 악기이다 보니 혼자 연습할 때는 외롭고 힘들다”며 “듀오 연주의 경우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웃고 힘든 부분을 공감해 가며 두 사람이 음악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피아노를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향곡들이 다 포핸즈로 편곡돼 있다”며 “장르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딱 어울리는 포핸즈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만큼, 꾸준히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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