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제대로 내 젊은층 부담 덜고 의료 혜택 잘 누려야”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건보료 부과기준 등 바꾼 법 개정령 시행
재산 기본공제 5천만 원, 소득정률제 도입
연소득 2천만 원 이하만 피부양자 가능해
지역가입자 월 3만 6000원 줄어드는 효과
재산, 소득 따라 노년층 평가는 각양각색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부과기준 변경 및 피부양자 소득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령 및 시행규칙이 9월 1일 시행됐다. 은퇴를 앞둔 신중년 세대나 이미 은퇴한 노인 세대에서는 초고령화 시대에 젊은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인다.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부과기준 변경 및 피부양자 소득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령 및 시행규칙이 1일 시행됐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종로지사. 연합뉴스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부과기준 변경 및 피부양자 소득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령 및 시행규칙이 1일 시행됐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종로지사. 연합뉴스

■지역가입자 부과기준 변화

새로 개편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중에서 지역가입자와 관련된 첫 번째 내용은 ‘보험료 부과 대상 재산 기본 공제’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재산 규모에 따라 500만~1350만 원을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5000만 원으로 공제 규모를 늘린다. 주택의 경우 시가의 약 70%인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에 행정안전부가 정한 공정시장 가액비율 60%를 곱해서 산출한 재산과표에 기본 공제를 적용한 가격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시가 3억 6000만 원, 공시가격 2억 5000만 원인 주택을 가진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과표는 1억 5000만 원이다. 9월부터는 여기에 재산 기본공제 5000만 원을 적용해 1억 원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자동차 보험료 기준도 변경된다. 종전에는 1600CC 이상 차량에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4000만 원 이상 차량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구매 당시에는 4000만 원 이상이었지만 구매 이후 감가상각 때문에 가치가 4000만 원 미만으로 떨어진 차량은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동차 보험료 부과대상은 현재 179만 대에서 9월부터는 12만 대로 대폭 줄어든다.

소득 대비 보험요율도 조정된다. 종전에는 지역가입자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점수를 매겨 점수당 금액을 곱해 소득보험료를 산정했다. 이 방식은 복잡한데다 저소득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문제를 드러냈다. 앞으로는 이를 바꿔 지역가입자에게도 직장가입자와 같은 6.99%의 소득정률제를 적용한다. 2023년에는 7.09%로 오르게 된다.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의 평가율은 30%에서 50%로 오른다. 종전에는 해당 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50%에 부과한다는 뜻이다. 연간 연금소득이 1500만 원일 경우 종전에는 30%인 450만 원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50%인 750만 원에 부과하게 된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소득정률제 도입으로 발생한 보험료 인하 효과가 연금소득 평가율 인상 효과보다 크다. 연금소득이 1500만 원인 경우 월 건강보험료가 6610원, 연금소득 2500만 원일 경우 월 3350원, 연금소득 3500만 원일 경우 월 2150원 인하 효과를 낸다. 연금소득으로 연간 4100만 원 이상을 받는 8만 3000여 명만 보험료가 다소 오른다”고 설명했다,

피부양자 자격 요건 중에서 소득 요건은 앞으로 강화된다. 종전에는 연 소득 3400만 원 미만이면 피부양자 자격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2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피부양자 중에서 1.5%에 해당하는 27만 3000여 명이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피부양자 재산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재산 과표 5억 4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는 피부양자 자격을 지킬 수 있다. 새로 개편된 건강보험료는 9월 26일경에 고지되는 9월분부터 적용된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월 평균 3만 6000원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내용. 연합뉴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내용. 연합뉴스.

■사례별 건강보험료 변화

A 씨는 시가 6억 원 아파트에 산다. 공시가격은 4억 2000만 원이다. 구매한 지 1년 된 2500만 원 자동차도 한 대 있다. 연금으로 매달 70만 원, 연 840만 원을 받는다. A 씨는 종전에는 소득보험료 3만 원, 재산보험료 13만 원, 자동차보험료 1만 6000원 등 총 17만 6000원을 냈다. 이달부터는 소득보험료 2만 4000원, 재산보험료 12만 원, 자동차보험료 0원 등 총 14만 4000원을 내게 된다. 인하 금액은 3만 2000원이다.

B씨는 시가 5억 원, 공시가격 3억 5000만원짜리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 1년 된 자동차 시가는 3500만 원이다. 매달 180만 원, 연 2160만 원 연금을 받는다. 종전에는 소득보험료 6만7000원, 재산보험료 12만 5000원, 자동차보험료 2만 2000원 등 총 21만 4000원을 납부했다. 앞으로는 소득보험료 6만 3000원, 재산보험료 10만 9000원, 자동차보험료 0원 등 총 17만 2000원을 내야 한다.

C씨는 혼자 철물점을 운영하며 연간 1500만 원 정도를 번다. 보증금 1억 2000만 원짜리 전세에 살며, 7년 된 시가 1200만 원짜리 차량을 갖고 있다. 종전에는 소득보험료 13만 원, 재산보험료 3만 원, 자동차보험료 1만 원 등 총 17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냈다. 앞으로는 소득보험료 8만 7000원만 내면 된다. 재산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7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 민주노총,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7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중년, 은퇴자 다양한 반응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변경에 대해 신중년, 은퇴자의 반응은 다양하다. 상당수는 건강보험료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은퇴 후 50년’이라는 인터넷카페에서 한 회원은 ‘노인은 점점 늘어난다. 젊은 세대에 부담만 줄 수는 없다. 힘들어도 건강보험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회원은 ‘우리나라만큼 건강보험 체계가 잘 돼 있고 병원을 이용하는 게 편리한 나라는 없다. 노인은 병원을 이용할 일이 많다.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고 혜택을 제대로 누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은퇴 후 50년’의 한 회원은 ‘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는 정당하다. 하지만 재산에 부과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소득 보험료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를 병원 이용 빈도에 따라 조절하자는 주장도 있다. 기존방식으로 부과하는 보험료를 줄이고 병원 이용 빈도가 많을수록 더 내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다.

일부 신중년, 은퇴자는 피부양자 자격에 신경을 쓴다. 인터넷 카페에는 어떻게 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이 속출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매달 받은 연금 규모에 따라 수령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연금을 미리 덜 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고, 나중에 많이 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국민연금을 받는 은퇴자 대부분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은퇴 후 50년’의 한 회원은 ‘앞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연 2000만 원 이상을 수령한다. 모두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른 회원은 ‘피부양자 자격조건이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곧 1000만 원으로 줄 수도 있다. 아예 미성년 자녀 외 피부양자 자격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1인 1건강보험 체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