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역대급 태풍, 폭우 몰고 오는데…꽉 막힌 빗물받이 침수 피해 더 키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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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수영역·서면 일대 등
고무판으로 덮이고 이물질 쌓여
빗물받이 기능 상실 물난리 우려
시 “일일이 관리하기엔 한계”
전문가들 “시민 관심 필요” 주문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지역 한 배수구로 빗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지역 한 배수구로 빗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초강력 태풍 힌남노 상륙을 앞두고 부산 도심의 물난리 우려가 커지지만 정작 범람을 막아줄 빗물받이 관리는 미흡하다. 도심 침수의 1차 방어선인 빗물받이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해야 폭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산 서구 토성동. 한 상가 거리에 설치된 빗물받이 10개 중 7개는 고무판이나 장판으로 덮여있었다. 악취를 이유로 주변 상인들이 빗물받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인근 자영업자 박 모(69) 씨는 “여름에는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고무판으로 빗물받이를 막아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빗물받이는 지하 우수관과 연결돼 도로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빗물 통로’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폭우가 내릴 때 도심 물난리를 막아주는 1차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빗물받이 대부분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수영역, 남포동, 서면 일대의 이면도로 빗물받이 내부에도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도시철도 2호선 수영역 인근 도로의 한 빗물받이에는 빗물이 빠지기 어려울 만큼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태풍과 함께 기록적인 폭우가 예보됐는데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빗물받이를 막아두거나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하수의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폭우나 태풍이 왔을 때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유독 심각했던 침수 피해의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빗물받이 관리가 꼽히기도 했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산 지역에는 약 21만 5900여 개 빗물받이가 있다. 빗물받이 관리는 구·군이 담당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수시로 관리하고 있지만 빗물받이 개수에 비해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이면도로까지 모두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 공공하수인프라과 관계자는 “장마철 정기 점검을 완료했고 이외에도 수시로 빗물받이 내부에 이물질이 있는지 막힘은 없는지 상태를 점검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빗물받이 관리 부실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와 더불어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 이정재 교수는 “빗물받이 안쪽으로 담배꽁초가 쌓이고 진흙과 섞여 막히면 침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며 “빗물받이 위에 덮개나 쓰레기통 등이 올려져 있거나 빗물이 빠지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지자체가 경고 행정처분 등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정태성 시설연구관은 “자연재해가 오기 전에 미리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폭우가 왔을 때 초반에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5일 부산 서구 토성동(맨 왼쪽)과 수영구 광안동(맨 오른쪽)의 고무판으로 덮인 빗물받이와 수영구 광안동 한 빗물받이에 찬 담배꽁초(가운데). 나웅기 기자 wooggy@ 5일 부산 서구 토성동(맨 왼쪽)과 수영구 광안동(맨 오른쪽)의 고무판으로 덮인 빗물받이와 수영구 광안동 한 빗물받이에 찬 담배꽁초(가운데). 나웅기 기자 wooggy@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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