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극복, 치료뿐 아니라 심리적 지지도 중요”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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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복음병원 주최 ‘소통 콘서트’

로봇수술·젊은 유방암 환자 특강
‘암밍아웃’ 저자 3인 출연 북토크
“나쁜 습관 고치겠다는 의지 필요”

유방암 환우와 의사가 한 자리에 모여 ‘소통 콘서트’를 열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유방암 환우와 의사가 한 자리에 모여 ‘소통 콘서트’를 열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암은 자신을 돌보라는 우리 몸의 메시지다. 그래서 암 발병 후에는 좋은 습관은 받아 들이고 나쁜 습관은 버려서 자신의 생활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 사는 환경, 마음가짐, 주변 사람들 대하는 태도, 인생관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

고신대복음병원이 주최하고 하니메디컬이 주관한 ‘유방암 환우들과 함께 하는 소통 콘서트’가 지난달 31일 장기려기념암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유방암 환우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한 자리에 모여 유방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서로를 격려하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환자 만족도와 안전성 높은 로봇수술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후 육체적, 정신적 상실감이 크고 재발 위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환자 만족도를 높여주고 수술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의료현장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소통 콘서트 첫 순서로 고신대복음병원 유방외과 김구상 교수가 ‘최신의 의료기술 로봇수술로 유방암을 치료하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절개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은 정신적 만족도, 심리사회적인 만족도, 육체적 만족도 측면에서 높다고 설명했다. 유두 괴사율도 2% 수준으로 전통적인 수술방식에 비해 크게 줄었다.

수술시간은 일반적인 유두보존전절제술이 2시간 가량 소요된데 비해 로봇수술은 1시간30분 정도였다. 수술비가 비싸고 숙련된 의사가 적다는 점이 단점이다.

로봇 수술장비 다빈치Xi로 부울경 지역 유방암 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김구상 교수는 “로봇수술은 절개 부위가 적고 입체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에 수술경과가 좋고 회복속도가 빠른 편이다”며 로봇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다

50대 미만의 폐경 전 여성에서 발병하는 유방암을 젊은 유방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50대 미만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43.0%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50대 미만에서 17.29%가 발병하는 것과 비교해 국내 유방암 발병 연령이 크게 낮다고 할 수 있다.

유방외과 정성의 교수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병하는 것은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인한 비만, 늦은 결혼,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노출기간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젊은 유방암은 발견도 늦고 병기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삼중음성유방암과 HER2 유형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 시작단계에서부터 가임력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성의 교수는 “유방암 치료 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다. 병기에 따라 임신 중의 유방암이라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암은 습관병, 좋은 습관을 가지자!

습관의 습(習)은 새(羽)가 백(百)번의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습관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나를 바꾸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소통 콘서트 2부 순서로 암환우들로 구성된 출판사 아미북스의 필자 3인이 출연해 〈암밍아웃-습관편〉 북토크가 마련됐다.

암환자들은 주변의 편견 때문에 자신이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는 경우가 많다. ‘암밍아웃’은 암 뒤에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몸과 마음을 치유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습관편 저자로 참가한 정혜욱 씨는 암 진단 후에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엄마로서 아기를 돌보고 아내로서 남편을 챙겼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깥으로 쏠렸던 눈을 마침내 내 안으로 돌리게 됐다고 한다.

정혜욱 씨는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선 호흡, 수면, 음식, 운동, 대인관계가 중요한데 이중에서도 대인관계를 핵심으로 꼽았다. 대인관계에서 소통을 잘 하기 위한 명상법으로 ‘미용고사’(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통해 자신을 정화시킨다고 했다.

2번 재발의 아픔을 경험한 금정화 씨는 자신의 좋은 습관으로 ‘어싱’(earthing, 접지)을 소개했다. 매일 산에 올라가 맨발로 걷기를 하면서 땅과 접지를 하면 나쁜 활성산소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걷기를 워낙 좋아해 장보기를 할 때도 걸으면서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조진희 아미북스 대표는 환우들의 자조모임이 자신을 ‘웃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암 발병 전에는 울상이나 밉상이었는데 암 환우들과 만나 뜨개질을 하고 글을 쓰고 함께 산책하면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고 한다.

북토크 출연자들은 버려야 할 나쁜 습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진희 대표는 술병을 직접 들고 나왔는데 출판사 생활 때 몸에 배인 술담배를 암 진단 다음날 바로 끊었다고 했다.

금정화 씨는 주걱을 들고 나왔다. 집안일을 상징하는 주걱을 버리고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정혜욱 씨는 스케줄러를 버리고 싶다고 했다. 평소 과로하는 습관이 있는데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버리고 자기 돌봄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통 콘서트를 기획한 하니메디컬 강윤하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뿐만 아니라 암환우들의 심리적인 지지를 위해 의사와 환우가 한자리에 모여 소통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암환우들의 빠른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고 응원하는 의미있는 행사를 꾸준히 준비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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