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뒷전 권력놀음·당리당략 골몰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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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첫 정기국회 파행 치달아
정쟁에 민생 희생되는 일 없어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해 통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해 통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지난 1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가처분 소송을 두고 내홍에 휩싸여 있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에 결사항전 태세로 대여 투쟁에 나설 참이다. 여야 모두 말로는 민생을 외치고 협치를 약속하지만 실상은 자기들만의 권력 다툼과 당리당략 놀음에 골몰해 있을 뿐이다. 정기국회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한참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정치권의 이런 저급한 행태에 국민의 실망은 더없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막 나가는 정치가 세상에 달리 또 있을까 싶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5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 전환 조건을 명시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법원의 판단을 엎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그대로 밀어붙여 새 비대위를 출범키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 비상상황을 초래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대표 권한대행을 겸직케 했다. 새 비대위원장에는 주호영 의원이 다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존 국민의힘 권력구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행태다.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대상은 한두 개가 아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성남FC 후원금·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수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에게 6일 자로 소환을 통보했다. 민주당은 정치보복·야당탄압으로 규정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추진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당 차원의 결사항전에 나섰다. 이게 과연 올바른 대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혹이 있다면 이 대표 스스로 당당하게 해명하고 책임지면 될 일이다. 당이 전면에 나서 이 대표의 방패막이를 자처한다면 여야의 대치국면 격화로 정국 경색만 가중될 뿐이다.

잇따른 대내외 악재에 나라 경제와 서민 삶은 파탄 일보직전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민생을 돌아보기는커녕 자중지란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져선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민생이 여야의 당파적 이해와 정쟁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합리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내분을 조속히 수습해 더 이상의 국정혼란이 없도록 여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원내 다수당으로서 정국 파행을 막는 데 진력해야 한다.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민생 법안 처리를 우선하라는 것이다. 정치가 민생을 외면할 때 국민은 결국 그런 정치를 심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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