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강력 태풍 영향권, 고개 드는 고리원전 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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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출력 줄여 만일의 사태 대비
재난 강도 높아져 근본적 대책 찾아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빠르게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에 등부표가 휩쓸려 좌초되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빠르게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에 등부표가 휩쓸려 좌초되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내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세력이 강할 것으로 우려됐던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강타에 따른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상해 6일 오전 1시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과 남해안 일대를 강타한다. 힌남노가 우리나라 주변에 접근할 때 중심기압이 950hPa 정도로 국내 상륙한 역대 최강의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힌남노가 통과하는 남해상의 수온과 열용량이 높아 세력을 키우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힌남노가 상륙하는 시간대가 남해안의 만조 때와 맞물려 폭풍해일로 해안가 저지대 피해 우려가 높다. 이번 태풍은 강한 비구름도 몰고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역대급 태풍의 한반도 상륙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철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힌남노의 부산 강타가 현실화하자 5일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계획서 제출을 위한 파리 출장을 접고 부산으로 복귀해 현장 상황 지휘에 나섰다. 본격적인 태풍 상륙에 앞서 5일 김해공항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부산교통공사는 풍속 30m/s이 넘는 강풍 땐 부산도시철도 지상 구간 운행을 중단하기로 하고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전국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이 밀집해 폭풍해일과 강풍에 따른 피해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부산에서는 재난 상황 발생 시 원전 안전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고리원전의 발전기 출력을 줄여 운영하기로 하는 등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부산을 덮쳤을 때 전력 계통 문제로 고리 3, 4호기 원자로가 정지된 전례도 있다. 특히 역대급의 강력한 태풍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세계 최대 대도시 주변 원전 밀집지인데다 기존 원전 시설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역할까지 하고 있서 대형 재난이 닥칠 때마다 부산 시민들은 불안하다.

이번에 우리가 역대 최강의 태풍을 경험하듯이 앞으로 기후 변화로 예상을 뛰어 넘는 재난의 빈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재난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재난 대응 태세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상 이변으로 인한 돌발 상황에 대비한 부산시와 지자체의 일상적인 재난 대응 태세와 꼼꼼한 대응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부산에서 갑작스런 폭우로 시민 3명이 숨진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5일 부산 동구청 공무원 11명에 대해 고장난 지하차도 방제 시설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유죄 선고한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 원전 등 대형 재난에 취약한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한층 중요해졌다. 원전 사고는 단 한번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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