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더해 펼쳐보는 상상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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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편집부 차장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이 뜨겁다. 5일 우리 정부대표단이 프랑스 파리의 세계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출국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가는 분위기라지만, 결과는 깨 봐야 안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는 개최지 선정 투표는, 그 철저한 익명성 덕분에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그런데 이 간절한 바람에 더해 다소 엉뚱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욕심을 한번 내어 본다. 부산이 월드엑스포와 더불어 유엔 제5본부를 유치하는 그림이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야말로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 평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유엔 제5본부 유치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송영길 의원이 제1호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DMZ를 품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는 그보다 앞선 2014년부터 유치 활동을 해 오고 있기도 하다. 송 의원이 이 공약을 발표했을 때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기자는 아까운 한편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유엔 제5본부가 들어선다면, 가장 적합한 곳은 부산일 텐데 한발 늦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기자 또한 수년 전부터 혼자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왔기 때문이다.

유엔본부는 미국 뉴욕 외에도 전 세계 4곳에 분산되어 있다. 유럽의 제네바와 비엔나 그리고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도 있다. 그런데 정작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4억 명이 살고 있는 아시아에는 유엔본부가 없다. 중국과 일본 또한 유엔 아시아본부를 유치하고 싶겠지만, 중국은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패권경쟁국이라 어렵고, 일본은 2차대전 전범국이기 때문에 정당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최근 부상하고 있는 국가적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화합과 평화, 중재의 상징으로 활약할 수 있고, 이는 유엔본부가 들어설 근거로 충분하다.

더욱이 부산은 유엔의 도시이자, 평화의 도시이다. 유엔 평화문화특구로 지정돼 있는 부산 남구에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추모공원인 유엔기념공원과 유엔평화기념관 등이 있다. 매년 10월 유엔위크 행사를 열어 부산에 깃든 유엔의 평화 정신을 되새긴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정부가 소재해 피란 수도의 역할을 건실히 해냈던 부산은 어느덧 전쟁의 상흔을 딛고 신발·방직을 거쳐 조선·해양·자동차까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왔으며, 이제는 당당히 월드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세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다. 이에 더해 유엔 아시아본부가 부산 북항 즈음에 우뚝 세워진다면, 그 자체로 부산은 남다른 품격을 빛내는 ‘국제 평화도시’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이탈이 날로 심각해지는 부산으로서는 미래 세대의 든든한 먹을거리를 마련해 두는 효과도 크다. 우리 아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을 위해 유엔 아시아본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부산과 유엔의 남다른 인연을 제5본부 유치라는 연결고리로 더욱 단단히 고정시켜 보자. 그런 부산의 미래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절로 미소가 새어 나온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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