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먹거리 물가’ 상승률 13년 만에 최고… 서민 가계 ‘휘청’
지난해 8월보다 8.4%나 올라
호박 83% 배추 78% 오이 69%↑
식료품·비주류음료 고공행진
소득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많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13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라면 등 가공식품 인상과 더불어 택시 요금, 전기·가스 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서민들의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먹거리 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동월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각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 8월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 작년 8월은 104.80이었다.
부문별로 보면 올 8월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에는 빵과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 냉동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자장면·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의 경우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는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등 채소류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음식서비스에서는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등이 많이 올랐다.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는 서민의 시름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 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 4442원이었다. 이들의 월평균 가처분소득(93만 9968원) 대비 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6.4%, 식사비가 15.4%다. 먹거리 관련 지출 비중만 41.7%에 달해 전체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19.0%)과 큰 차이가 난다.
가공식품과 함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국민들의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농심은 이달 15일부터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 올해 10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 압박도 거세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