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 ‘소용돌이’가 원인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극지연구소, 세계 최초 원인 규명
여름철 해안가 발생 소용돌이
따뜻한 바닷물 빙붕 하부 전달

난센빙붕 탐사활동 동영상 화면 캡처. 출처: 해수부·극지연구소 난센빙붕 탐사활동 동영상 화면 캡처. 출처: 해수부·극지연구소

난센 빙붕 탐사에 투입된 무인 수중 글라이더. 해수부 제공 난센 빙붕 탐사에 투입된 무인 수중 글라이더. 해수부 제공

바다는 어떻게 남극의 얼음을 녹일까.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남극의 빙하가 전례 없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가운데, 극지연구소가 주도하는 국제공동 연구팀이 ‘남극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을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남극 빙붕 녹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여름철 남극 해안가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가 바다 표층의 따뜻한 물을 빙붕 아랫부분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빙붕은 남극대륙과 이어진 바다에 떠 있는 200~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그간 바다 표면의 따뜻한 물이 어떻게 수백m 두께의 빙붕 아래로 흘러 들어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주도의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19년부터 해수부 R&D(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남극 빙붕이 녹는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끝에 이뤄낸 성과다. 이 연구팀에는 극지연구소와 국내외 대학(경북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컬럼비아 대학교,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이 참여하고 있다.


난센 빙붕 탐사에 투입된 무인 수중 글라이더. 해수부·극지연구소 제공 난센 빙붕 탐사에 투입된 무인 수중 글라이더. 해수부·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201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난센 빙붕에 접근한 뒤 무인 수중글라이더를 활용해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바닷속을 관측하고 수온·염도·산소포화도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무인 수중글라이더가 수집한 각종 정보를 분석한 결과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직경 10km의 소용돌이가 표면의 따뜻한 바닷물을 빙붕 하부로 전달하는 과정을 알아냈다. 그간 따뜻한 표층의 바닷물이 빙붕 하부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으나, 그 과정이 관측되거나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난센 빙붕 앞 소용돌이는 남반구의 여름철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자연 현상으로, 남극 내륙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대륙 활강풍), 해안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 빙붕 아래서 빙하가 녹아 뿜어져 나오는 물인 융빙수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용돌이가 차가운 중층수를 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표층의 따뜻한 바닷물을 아래로 끌어내려 빙붕이 녹는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소용돌이의 존재를 파악해 앞으로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남극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곳인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에서도 이러한 소용돌이 현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 말부터 현장 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Environment)' 6월호에도 게재됐다. 해당 호에는 남극 빙붕이 녹는 과정에 대한 극지연구소의 연구 결과와 더불어 일본과 벨기에의 연구 결과까지 논문 3편이 동시에 실렸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