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위드 디자인]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질문하는 습관이 창의적 힘 키운다
자기다움이 탁월함에 이르는 길
가치 향한 헌신이 지속하는 힘 길러

창업 3년 차인 나의 올해 화두는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이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스라엘 문화에서 ‘탁월성’은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끈기로 해석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스라엘에서 직접 그 말의 의미를 경험하고 싶어졌다. 지난달 10일간의 이스라엘 출장을 다녀왔다. 이스라엘 최대 자선단체인 IFCJ(더 펠로우쉽)의 협력으로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이스라엘 4개 대학과 창업 관련 기관들을 방문하며 이 독특하고 복잡하고 놀라운 나라의 교육을 직접 보고 경험하며 교육적 협력을 모색하는 시간을 보냈다.

유대인의 교육은 종교교육인 하브루타 방식의 짝 토론을 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고 질문을 함으로써 창의적인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약 30%가 유대인이다. 이들 중에 많은 학자들은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가 했던 “넌 오늘 어떤 질문을 했니?”라는 질문이 자신을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무엇을 배웠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물어봄으로 자기만의 생각의 힘을 연마했다. 토론과 질문은 정답이 없는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디자인 싱킹 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기에 이들의 교육 방식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그들의 철학과 삶의 자세는 더욱 궁금했다.


바일란대학에서는 〈하브루타는 무엇인가〉의 저자인 엘리 홀저(Elie Holzer) 교수가 ‘유대인들은 일단 반대부터 한다’는 반농담으로 하브루타 설명을 시작했다. 상호 신뢰, 즉 토론이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반대와 비판을 통해 개념을 정리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또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는 수평적 문화와 자신감과 열정이 가득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노련한 발표를 한 박사과정 연구원에게 담당 교수인 줄 알았다고 했더니, “우리 유대인들은 모두가 자신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하며 웃었다.

테크니온공대는 졸업생의 50% 이상이 창업을 한다고 할 정도로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대학이며 노벨상 수상자를 3명 배출한 이스라엘의 MIT로 불린다. 몰입형의 학교 소개 영상은 학생, 교수, 연구자 모두가 지금 이 순간 ‘역사적인 순간’을 살아가며 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해 주었다. 경제학과 석좌교수이며 MIT 초빙교수였던 슬로모(Shlomo Maital) 교수의 1시간 반의 발표와 토론에서는 80세가 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학교와 사회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감사가 잔잔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 기관인 와이즈만대학이 운영하는 데이비슨 과학교육연구소는 과학이 세상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신으로 다양한 초중고 교육 모델과 도구들을 디자인하고 적용하고 있었다. 과학자이자 교육자인 센터장의 열정에 감동이라고 했더니, “어떻게 교육을 하는 사람이 열정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우리에게 반문했다.

국회의원 출신의 저명한 랍비 부부의 안식일 저녁 식사 초대는 놀라운 문화 경험이었다. 그의 아내는 과부와 고아를 돌보는 자선단체를 매우 창의적인 콘셉트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유쾌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앉아 성경을 낭독하고 찬송을 부르며,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식사가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삶의 중심이 안식일이었다.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책으로만 읽었던 전통적인 유대인의 일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치와 생각이 일상 가운데 실행되고 있었다.

‘티쿤 올람’(세상을 고친다)과 ‘체대카’(자선)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마음에 남는다.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돕고, 창조주의 파트너로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킨다는 존재 이유를 가진 민족이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고, 창조주의 형상으로 회복되기를 포기하지 않음으로, 결국 자유롭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길의 끝인 탁월함에 당도한다. 젊은 시절 내가 추구하던 ‘탁월함’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의 가정과 교육 환경에서 습득한 경쟁과 완벽주의와 남과의 비교에 의해 추구하는 ‘탁월함’은 도리어 ‘자기다움’을 잃어버리게 하고, 탁월함도 길을 잃고 어디선가에 멈추어 섰다.

지속하게 하는 힘은 결국 지향하는 가치가 있을 때 유지된다. 가치를 향한 헌신, 기업의 대의명분이며 존재 이유여야 한다. 이 가치가 기업의 구성원와 함께 공유될 때, 비즈니스 환경의 어려움과 시련 가운데서도 끈기와 인내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