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고향사랑기부제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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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이 기록적인 폭염과 초강력 태풍을 뚫고 성큼 다가왔다. 가을 하늘은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땅과 바다와 달리 티 없이 맑고 푸르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 정취를 즐기기는커녕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이른 올 추석 연휴(9~12일)를 거꾸로 쇠야 할 판이다. 강한 바람과 물 폭탄이 안긴 상처 탓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대명절인 추석(10일)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맞이하는 첫 명절이다. 하지만 고향과 일가친지를 찾는 민족 대이동으로 들썩였던 예년의 명절 풍경과는 사뭇 다를 듯하다. 귀성객과 대가족 모임이 줄어들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다. 이미 귀성 대신 전화로 부모의 안부를 묻거나 여행을 떠나고, 온라인으로 조상을 추모하는 등 세태가 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이 같은 현상을 공고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절 문화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고향과 농촌이란 존재가 계속 외면당해 젊은 층에 이어 어린 세대에게서도 빠르게 잊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럴 경우 수도권 집중화로 가뜩이나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마당에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촌과 소도시는 쇠락이 가속화해 소멸 시기가 더욱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 객지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도 정든 고향의 소멸 위기는 우울한 소식일 게 분명하다.

향수가 강하거나 애향심이 높은 출향인이 고향을 돕는 길이 열린다. 이달 중 국무회의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법의 내년 1월 시행을 위한 것이다. 개인이 주소지를 제외한 지역의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 내에서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제공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실시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농촌 지역 지자체들과 농협은 벌써부터 추석을 앞두고 제도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마다 기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일반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답례품 개발에도 고심하고 있다. 농특산물부터 농장 체험권과 한옥 숙박권, 캠핑장 이용권, 벌초 대행권 등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단다. 애향심을 고취하며 기부자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향 사랑 실천이 활성화되게 잘 운영해야 할 테다. 이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돼 비수도권에 희망이 넘치기를 기대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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