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없는 정치’ 질타, 추석 민심서 제대로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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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정쟁으로 국민에 근심만 안겨
여야 없이 과오 반성하고 신뢰 얻어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9일부터 나흘간의 연휴도 이어진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00만 명이 고향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을 받지 않는다. 명절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유달리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추석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 복구에 앞다퉈 나서는 게 그렇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액 현실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민심은 오히려 여느 추석 때보다 냉랭하다.


좀체 종식될 기미가 없는 코로나19 사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거기다 지역 곳곳에 막심한 피해를 끼친 태풍까지, 대다수 국민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런 형편의 국민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줘야 할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으로 도리어 근심과 짜증만 안기고 있다. 출범한 지 겨우 4개월 지난 윤석열 정부는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서 난맥상을 보이면서 신뢰감을 잃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권을 놓고 지도부끼리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처에만 급급하다. 어찌 민심이 차갑지 않겠는가.

정치권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조차 갖기 힘들다. 당장 현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는 이미 전쟁터다. 여야가 연일 서로 상대방 관련 부정적 이슈를 부각시키며 비난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에 “보복 수사,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한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김건희 특검법’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관련 야당의 공격을 적극 방어하면서 이재명 대표 공격에 총력을 쏟고 있다. 모두가 말로만 민생을 외칠뿐 실상은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로 날을 새우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어떠한 경우든 국민을 중심에 두지 않는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정치에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추석 민심을 곱씹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든 야든 국민의 생각과 바람이 무엇인지 세밀히 살피고 그에 걸맞은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형성된 바닥 민심이 2024년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민은 여야 없이 과오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요구한다. 이번 추석 명절이 우리 정치권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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