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83) 수묵화로 그려낸 현대적 산수화, 류회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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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회민은 종이와 먹을 이용하여 자연 풍경을 먹색 하나로 화폭에 담아내는 한국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류 작가는 종이에 먹을 여러 차례 덧입혀 짙은 농도의 풍경을 그린다.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 수묵 산수화와는 다른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을 찾아볼 수 있다. 화면에서는 먹을 덧입히다 보니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발라 질감이 부각되는 서양화의 마티에르를 느낄 수 있다.

또 흑백의 스펙트럼을 통해 다양한 농도의 먹색을 감상할 수 있다.

류회민의 작품에서 특기할 점은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현대 산수화’라는 것이다. 전통적 수묵화라고 보기보다는 실경을 바탕으로 한 풍경화의 시점에 가깝다. 류 작가는 범어사길, 금정산, 장유 폭포, 낙동강, 통영 등 경남 일대를 일일이 걸어서 바라보고 화폭에 담는다.

산의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기도 하고, 도시의 구조물 위에서 자연 경관을 올려다 보기도 하는 작가의 다양한 시선 덕분인지 흑백의 화면이지만 다양한 조형미를 찾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현재의 실경 산수를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류회민의 작품 ‘산’은 세 폭이 한 화면으로 구성된 가로 5.1m, 세로 2.7m의 대작이다. 실경을 보고 그린 것이지만, 배경이 없는 산의 풍경으로 작가가 새롭게 구성한 화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먹과 선으로 바위와 돌, 나무 몇 그루가 있는 풍경이지만 흑백 대비, 초먹에서부터 담묵까지 다양한 먹색의 운용을 찾을 수 있다. 먹빛 그윽한 류회민의 산 풍경은 사계절을 담고 있는 듯하다.

흑백의 화면이지만, 보는 이가 느끼는 계절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바위산 사이의 나뭇잎을 누군가는 봄이 시작을 알리는 개나리의 색감을 연상시키기도, 가을의 단풍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역동적인 필치에서 전달되는 생동감과 함께 작품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느껴보길 권한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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