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약 구매하고 에너지·곡물 강경 대응… 초조한 러시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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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무기 北서 구매 추진
곡물 수출 재개 무산 경고 이어
유럽행 천연가스 라인도 폐쇄
중·이란·북한과 밀월관계 과시
미 “전황 뜻대로 되지 않는 증거”

6일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6일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최근 군사·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정황이 잇따라 포착된다.

기존 합의 사항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에너지 수출 등에 대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며 서방 전선에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포탄, 로켓 등 수백만 발의 탄약 구매를 추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가 발휘되고 있음을 강조한 뒤 “우리는 러시아의 군 공급망을 질식시키고 있다”면서 “알려진 대로 러시아는 군사 장비를 북한, 이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실제 구매가 이뤄졌거나 해당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같은 상황이 러시아가 원하는 만큼 전황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증거로 본다. 러시아가 수출 통제와 제재로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물자 부족 현상을 겪는 등 초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산 에너지 수출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강한 규제 조치를 내놓는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대러 제재 조치를 해제할 때까지 유럽행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1’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가상한제를 지지하는 한국에도 7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러시아는 앞서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와 체결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 수출 재개 합의에 대해서도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6일 유엔 안보리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합의가 연장되겠지만 (러시아의 수출)결과가 없음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곡물과 비료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최근 중국, 이란, 북한 등과 밀월 관계를 과시하는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반미 세력의 리더격이라는 점을 강조해 서방과의 외교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6일 중국과 가스 판매대금을 달러가 아닌 루블·위안화로 대체하기로 하는 등 반미공조를 견고히 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등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일 러시아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 이 또한 지난달 전망치인 -4.2%에 비해 대폭 상향한 것이다. 러시아 측은 2024년에는 2.6%로 연간 기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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