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과 다른 ‘킹’… 정치 이슈에도 제 목소리 낼 듯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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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새 국왕 찰스 3세 앞날은

왕세자 시절 때 의견 적극 피력
영연방 일부, 탈군주제 움직임
국빈방문 재개로 영연방 다지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0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즉위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0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즉위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하면서 왕위를 물려받게된 찰스 3세 국왕은 선왕과 다소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속마음을 숨기기보다 정치적 이슈 등에 자기 의견을 적극 표출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왕 서거 직후 논란이 이는 ‘군주제 철폐’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는 꽃들이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는 꽃들이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간섭하는 왕자’ 별명 얻기도

찰스 3세(찰스 필립 아서 조지 마운트배튼윈저·73)는 10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영국 새 국왕으로 공식 즉위했다. 찰스 3세는 “어머니는 평생 사랑과 아낌없는 봉사를 실천했다”면서 “이제 내게 넘어온 국왕의 의무와 막중한 책임감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찰스 3세 즉위 소식에 세계 각국의 축하 인사도 잇따랐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폐하께 성공,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세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네 주목받기도 했다.

영국 매체들은 찰스 3세가 선왕과 달리 때로는 정치적 의견도 적극 표명하는 군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기후변화 대응, 환경 오염 대처 등에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주장해 왔다. 2004~2005년에는 농업, 유전자 변형,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편지와 메모를 정부 각료와 의원에게 보낸 일명 ‘검은 거미 메모’ 사건으로 ‘간섭하는 왕자’(meddling princ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전기작가 페니 주너는 텔레그래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정당하게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선왕보다는 훨씬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는 “국왕의 지위가 주는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찰스 3세가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이 옹호하는 가치를 위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탈군주제’ 논쟁 불붙나

찰스 3세의 영국은 ‘탈군주제’ 논란에 직면해 있다. 여왕 서거 후 영연방 국가들은 군주제를 철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국 국왕을 원수로 삼는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는 3년 내 공화국 전환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다. 앤티가 바부다뿐 아니라 자메이카, 바하마, 벨리즈 등 다른 카리브해 국가에서도 군주제 탈피 움직임이 감지된다.

또 다른 영연방 국가인 호주도 엘리자베스 2세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에는 공화정 전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찰스 3세 국왕도 즉위 직후 영연방 핵심 인사를 만나는 등 ‘영연방 다지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왕이 2015년 중단한 영연방 국가에 대한 국빈방문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찰스 3세 측근은 “찰스 3세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국가원수로 모신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꽝스럽다는 견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일부 영연방국의 공화국 전환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는 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영국 내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를 없애고 공화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라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공화제를 주장하는 정치운동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변인은 “찰스 국왕의 즉위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군주제에 대한 지지가 한번 떨어지면 다시는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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