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서 없어질 정도로 쓰임새 있는 인재로 육성할 것”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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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이병수 고신대 총장

대교협 평가준거 모두 충족 성과
해외기관과 MOU도 적극 추진
기술·인문학 융합으로 미래 열어
영도캠퍼스 일대 랜드마크 건설

취임 100일을 앞둔 고신대 이병수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더욱 필요한 가치인 ‘봉사’와 ‘희생정신’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대현 기자 jhyun@ 취임 100일을 앞둔 고신대 이병수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더욱 필요한 가치인 ‘봉사’와 ‘희생정신’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대현 기자 jhyun@

“무한한 영광이면서도,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고신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병수 총장에게 소감을 묻자 비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역사립대학이 처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만큼 총장이란 자리의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의미였다.


수개월 총장 공백 기간을 거쳐 6월 13일 취임식과 함께 고신대 제10대 총장에 오른 그는 그동안 구성원 간이 화합을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총장으로 선임된 뒤 교직원을 비롯해 학교법인 이사들과도 두루 소통한 덕분에 구성원 모두 위기를 기회를 삼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며 “전임 집행부의 좋은 정책은 존중하고 계승하고자 한 것도 구성원들을 하나되게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 취임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고신대는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평가원의 ‘인증대학 인증자격모니터링’에서 30개 평가준거를 모두 충족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총장은 임기 동안 역점 사업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기관과의 적극적인 MOU를 꼽는다. 고신대의 강점인 신학·보건·복지·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협력과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달 동서대와 간호학과 실습 교류 등을 골자로 한 MOU를 맺었고 이달 30일에는 아프리카미래재단, 에스와티니·탄자니아·카메룬 현지 대학 등 4개 기관과도 협약을 맺는다. 이 총장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의료 분야가 열악하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선진 의술과 의료기기를 제공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MOU를 통해 우선 양국 의대 교수·학생들이 서로 오가며 교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고신대는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이 총장은 “기술사회가 가져다주는 유익함과 이를 지혜롭게 다룰 수 있는 인문학적·윤리적·신학적 가치를 종합해, 균형 있는 학생을 양성하고자 한다”며 “4차 산업과 인문학을 융합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이를 담당할 세계적인 학자도 석좌교수로 초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신대 의대는 앞서 포항공대, 유니스트 등 이공계 대학과 협약을 맺고 의료과학·의료공학 분야에서 활발한 융합 연구를 진행해왔다. 앞으로 카이스트 등 다른 대학과도 교류를 확대하고, 최종현학술원 등과도 공동 활동을 진행한다는 게 이 총장의 구상이다.

또 이 총장은 지역대학의 위기 속 고신대만의 타개책으로 하드 파워(Hard Power)와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드 파워의 대표 사업으로 현재 영도캠퍼스 문헌정보관과 운동장 일대에 랜드마크 건물을 세우고, 정문 주변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200억 원 정도로, 이와 연계해 4년간 1000억 원 규모의 모금 목표(정부 프로젝트 사업 포함)를 잡았다. 이 총장은 “약 20년 전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이 이룬 적이 있고, 오늘날 한국경제 규모로 보면 불가능한 목표액은 아니다”며 “필요하다면 해외 기금단체에 찾아가서라도 후원 등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연구·강의역량 등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 기독교대학인 고신대 정체성의 밑바탕인 박애와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교수가 학생들을 가족처럼 돌보는 등 공동체의식이 장점이다”며 “베드로가 그물을 던져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앞으로 학생동아리를 153개까지 만들어 공부는 물론 인생 전반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13일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 총장이 재학생은 물론 미래의 신입생에게 강조하는 점도 ‘희생과 봉사’이다. 그는 “마이클 샌델이 ‘능력주의’에 대해 비판했듯,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얻은 지식과 부·명예는 나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써야 한다”며 “장기려 박사가 탁월한 의술을 소외된 자를 위해 베풀었듯,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믿음·소망·사랑에 기초해 봉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게 우리 대학의 강점이자 자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신대 학생들은 수 년 동안 영도구 지역의 중도입국아동청소년(탈북 또는 중국에서 입국해 한국 국적인 아이들)에게 영어·수학·한글 멘토링을 진행해왔고, 2018년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녹슬어 없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닳아서 없어질 정도로 쓰임 받는 존재가 되도록,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인재로 육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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