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순한’ 전립선암, 타 장기 전이 땐 ‘독한 놈’ 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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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발견 땐 90% 이상 완치 가능
뼈 등 전이되면 50% 아래로 ‘뚝’
50대 이상 남성 발병률 특히 높아
증상 없어도 연 1회 정기검진 필수

전립선암은 암이 상당 수준 진행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뇨의학과 김택상 교수가 전립선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전립선암은 암이 상당 수준 진행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뇨의학과 김택상 교수가 전립선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50대 이상 남성이 많이 걸려 ‘아버지의 암’으로 불리는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 암 중 폐암, 위암, 대장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연 평균 13%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기 증상이 없고 서서히 진행되는 전립선암은 예후가 좋은 ‘순한 암’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일단 타 장기로 전이되면 생존율이 50% 밑으로 뚝 떨어진다. 이처럼 전이 여부가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만큼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전립선암 인식 제고를 위해 매년 9월을 전립선암 인식의 달로 지정하고, 여성의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리본에 빗대 ‘블루리본’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환자 절반이 3기 이후 발견

대한비뇨의학재단과 대한비뇨기종약학회가 지난해 시행한 전립선암 환자 대상 조사 결과, 국내 전립선암환자 두 명 중 한 명(47.1%)은 전립선암이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최초 진단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미 종양이 전립선을 벗어나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시점에서 전립선암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전립선암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고신대복음병원 비뇨의학과 김택상 교수는 “전립선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초기 전립선암은 요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잘 생기므로 소변 장애 등의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암이 진행됨에 따라 암 덩어리가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전립선 비대증과 비슷한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이 차차 진행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줄기가 가늘어지고 잔뇨감을 느끼는 등의 각종 배뇨증상이 나타난다. 말기에 가까워지면 의자에 앉을 때 뼈가 울리는 듯 한 통증이 생기고 이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또 요도나 방광으로 암 세포가 침범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전립선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뼈나 림프절로 잘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일단 뼈로 진행되면 심한 뼈의 통증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 등을 계속 써야 할 수 있고,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척추로도 전이가 잘 돼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50세 이상이면 정기검진 받아야

전립선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2018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이 전립선을 벗어나지 않는 국소 전립선암 단계일 때 5년 상대생존율(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102.6%, 전립선을 벗어난 국소 진행 전립선암의 경우 98.6%였다. 하지만 암이 상당 수준 진행돼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경우 생존율은 44.9%로 급격히 떨어졌다.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만큼 발생위험이 급격히 올라가는 50세 이상부터 주기적인 검사에 신경 써야 한다.

통상 전립선암은 전립선암표지자(PSA)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돼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립선암의 종양표지자인 PSA의 혈중 농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팔의 정맥으로 채취한 혈액에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김택상 교수는 “PSA 수치가 4.0ng/mL 미만일 때 정상인데, 4.0 이상이라면 전립선암 발병을 의심해 볼 수 있고, 10 이상이라면 전립선암일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전립선 조직검사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 가족력, 비만, 고지방 식사 등이 위험성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7년 한국 전립선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정상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고, 복부 둘레가 90cm 이상인 복부 비만 남성의 경우 정상 체중 남성보다 발생률이 1.32배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정도로,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이 있다면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다”며 “50세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연 1회 검진을 받고,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요 기능 보존하는 로봇수술 각광

전립선암은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통해 치료한다. 수술법으로는 △개복수술 △복강경을 사용하는 수술 △다빈치 로봇을 사용하는 수술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로봇수술은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적고, 요실금 등의 회복이 빠르며, 성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수술 후에도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대 여명의 연장으로 노년기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기능들을 보존하는 로봇수술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개복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술비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졸중 등으로 전신마취 수술이 곤란한 이들은 방사선 치료 같은 비절제술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체 전립선암 환자의 20~30%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비절제술은 수술에 비해 치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료 효과도 덜 하지만 최근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HIFU)’이나 ‘방사성 동위원소 삽입술(브래키세라피)’과 같은 최신 기술들이 도입돼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있다. HIFU는 고강도 초음파로 전립선에 고열을 가해 암세포를 없애며, 브래키세라피는 전립선에 골고루 방사성 동위원소를 심어 약 1년에 걸쳐 서서히 암 세포를 죽인다.

김 교수는 “HIFU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개복수술과 비슷한 치료 효과가 있으며, 브래키세라피는 전립선에 집중되는 방사선 양이 기존 방사선 치료의 2배 이상이어서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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