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디지털 전환 위해 스마트 공장 보급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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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부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의 2023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번 예산을 보면 민간 주도 경제를 뒷받침할 미래 대비 투자가 확대되었는데, 반도체(3353억 원), 미래차(4521억 원) 등 첨단·주력 산업 고도화를 위한 예산이 2022년 대비 각각 5.8%, 9.6% 증액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산업의 대전환 추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역을 위한 예산의 편성 방향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지역균형발전 예산이 2022년 1조 5억 원 대비 12.8% 삭감된 8721억 원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청한 2023년도 스마트 제조 혁신사업 예산 2900억 원 중 2000억 원이 삭감되어 지역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스마트 공장 보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산업 대전환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 미래 대비 투자 확대

산업 대전환 추세 적극 반영

지역균형발전 예산 대거 삭감

경제정책 일관성 상실 우려돼

4차 산업혁명 경쟁력 강화 위해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창출해야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스마트 공장 보급 확산 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까지 전국 스마트 공장 3만 개 보급을 목표로, 2021년 말 기준 2만 5039개가 보급되었다. 올해에도 2475억 원 예산으로 5000개가량 보급될 예정이다. 스마트 공장 구축에 따른 효과도 크다. 중기부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 따르면 스마트 공장 도입이 생산성과 품질 향상, 납기 준수, 원가 절감 등 공정 개선뿐 아니라 고용 확대, 매출액 증가, 산업재해 감소 등 경영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산연구원(2017년)의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 설문조사에서도 부산지역 수혜기업 88.6%가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에 스마트 공장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만족도도 71%로 높았다. 특히 스마트 공장을 추가 구축하거나 다른 업무·공정까지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61%나 될 정도로 연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간 추진한 스마트 공장 보급 사업이 지역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미래 시장을 준비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보급은 제조업뿐 아니라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올 초 제정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 7월 5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산업 데이터를 지능정보기술 산업에 활용하여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간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로 데이터 산업이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가장 큰 걸림돌에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현장에서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지만, 비즈니스로 활용할 데이터의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2021년)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공공기관 54개 중 75.9%는 업무상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발생하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10종 미만이라는 응답(67.9%)이 가장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데이터 공개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공공기관이 절반으로, 현장에서의 데이터 수집·공유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질 좋은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

이처럼 비즈니스로 활용 가능한 공공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질 좋은 민간 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 디지털 전환에서 제조업 외에 당장 서비스로 개발할 수 있는 민간 데이터가 거의 없다. 금융과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인한 데이터 접근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구축한 스마트 공장을 통해 수집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창출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 공장 보급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부가 법을 제정할 때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그런데 재정적 지원 없이 법 제정만으로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 목적에 맞는 재정적 지원이 필히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재정 운용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나 정책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이를 놓칠 경우 훨씬 많은 노력과 재원의 투입이 필요하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일 때 효과가 크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의 제정 목적에 따라 지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스마트 공장 보급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지원 시기를 놓쳐 디지털 전환이 지연된다면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력 강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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