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차 이어 바이오까지…바이든 ‘바이 아메리칸’ 거침없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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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미국 내 연구·생산이 주요 내용
중국 의존도 줄이려는 의도지만
한국 세제 혜택 못 봐 피해 우려

1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서 암 퇴치와 관련해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1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서 암 퇴치와 관련해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을 사자)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산업까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우리나라 등의 산업 생산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의 미국 내 연구와 생산을 골자로 하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 행정명령이 생명공학 분야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해외의 취약한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해 해당 분야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신규 투자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도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통해 미래 산업에 대한 미국 내 생산과 투자를 강조했다. 해외 생산에 따른 효율성보다는 대외 리스크를 줄이고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 IRA은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한다. 반도체법은 미국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공장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보스턴에서 진행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달 탐사 프로젝트 연설 60주년 행사에서 “생명공학과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5년간 미국의 암 사망률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암 문샷’ 사업의 원활한 추진도 강조했다.

연일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드라이브로 우리나라 등도 긴장한다. 우리나라는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 이른바 ‘BBC’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여기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도 불이익이 예고됐으며,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국 제약사로부터의 의약품 위탁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 내 투자 강조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9일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조업 부활 정책이 고도화된 산업 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동맹 배제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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