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원전 잇단 정지, 안전 경고음 무시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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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승인 이후 원전 정지 잦아
수명 연장 전제조건은 안전 보장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2020년 9월 3일 당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앞 바다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2020년 9월 3일 당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앞 바다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정지된 원전에 대해 설비 안전 점검을 거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재가동해도 좋다고 승인을 내준다. 그런데 재가동을 승인받고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원전이 정지하는 사고가 지난 38년 동안 150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연간 평균 3.9건꼴이라는 수치만으로는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가동 승인 당일에 원전이 정지한 경우도 있었다. 재가동 하루 만에 정지된 사례는 6건이었다. 재가동 승인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지한 경우는 44건에 달했다. 원안위의 재가동 승인 이후 원전 정지 발생까지의 기간이 평균 29일이라니, 설비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재난 소식이 들리면 부산시민들은 원전 걱정부터 한다. 세계 최대 대도시 주변 원전 밀집지인데다 기존 원전 시설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도 사전 조처로 출력을 낮춰서 가동했지만 강풍으로 인한 전력 설비 고장으로 신고리 1호기의 발전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9월 초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통과할 때 신고리 1·2호기와 고리 3·4호기 등이 잇따라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은 어떤 시설물보다도 자연재해에 안전하게 지어져 있다고 하지만 기후변화로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니 안심이 안 된다.

지난 6월에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 39년이 된 고리 2호기가 재가동 승인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전별 ‘재가동 승인 후 3개월 이내 정지 건수’는 고리 2호기가 27건으로 가장 많았다니 더욱 우려스럽다. 주지하다시피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 40년 만료로 영구 정지를 준비해야 할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이 노후원전이 안전하다는 확실한 보장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공람에 나서자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수원이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PSR)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국회에서도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원전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 계속해서 운영을 하려면 규제기관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 심사 결과를 반영해 운영 변경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수원이 정말 안전에 자신이 있다면 원안위 제출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국내 원전의 노후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노후원전이 잇달아 정지하면서 내는 안전 경고음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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