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수급자 전락 기로에 선 부산 보호종료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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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3%, 부산 45% 빈곤층 추락 일쑤
건강한 사회 구성원 되게 지원 강화해야

지난달 31일 부산의 한 아동 양육시설 출신 3명이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 상가에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카페 공사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달 31일 부산의 한 아동 양육시설 출신 3명이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 상가에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카페 공사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우리나라는 저출산 풍조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가파른 인구 감소세를 보인 지 오래다.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이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노령 인구를 부양하며 국가 장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그런데 청소년과 청년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일쑤인 계층이 있다. 보육원 등 아동 양육시설의 보호종료에 따라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과 청년(보호종료아동)들이다. 부산의 경우 이들이 홀로 서지 못해 기초수급자로 전락하는 현상이 더욱 심하다. 보호종료아동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부산일보〉 취재진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 자립을 준비하는 전국의 보호종료아동들 가운데 기초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무려 33%나 된다고 한다. 특히 부산 지역 보호종료아동의 기초수급자 등록 비율은 전국 시도 중 1위인 45%에 달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14% 수준인 제주보다도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보호종료아동의 3분의 1가량이 경제적인 홀로서기는커녕 사회 진출 초기에 곧바로 국가와 지자체의 부담을 키우는 기초수급자로 추락하는 건 국가와 지역 사회의 미래에 불행한 일이다. 전국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생산 인구 급감으로 이어져 도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호종료아동들의 빈곤층 전락은 자립 환경이 지극히 열악한 데 원인이 있다. 아동복지법상 보육시설의 보호가 끝나는 아동은 만 18세에 자립을 위해 시설을 떠나야만 한다. 법 개정으로 올 6월부터 본인이 원하면 24세까지로 늦춰진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들에게는 정착금 500만~1000만 원과 월 35만 원인 5년간 자립수당이 전부다. 반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대학에 진학해도 생활고 탓에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게 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절망감이 오죽했으면 지난달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젊은이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생겼겠는가.

혈기 왕성한 나이에 꿈을 펼치기도 전에 낙담하고 좌절하는 보호종료아동들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2020년 보호종료아동 3104명의 절반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취업, 주거 등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정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가족 역할을 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약자 복지’를 약속했다. 지지율 만회를 노린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더욱 크고 따뜻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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