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공포’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부르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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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폭락
CPI 오른 탓 아시아 증시 급락
미 자국 생산 확대 주변국 타격
투자 감소 등 세계 경제 위축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공포 속에 추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3.94%, 4.32% 폭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5.16% 폭락한 11,633.5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공포 속에 추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3.94%, 4.32% 폭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5.16% 폭락한 11,633.5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글로벌 경제를 덮쳤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욱 강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투자 감소, 달러 강세화 등 연쇄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더불어 유럽의 에너지 위기,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침체 조짐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중첩돼 하반기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초대형 복합 위기) 우려가 커진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폭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4% 떨어진 31,104.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32% 폭락한 3,932.69, 나스닥 지수는 5.16% 하락한 11,633.5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지수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간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전월 대비 0.1%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공포감이 증시를 추락시킨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두 달 연속 하락하며 물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CPI 발표가 이를 뒤집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은 8월 조사에서 5.75%로 나타나, 전월보다 0.45%포인트(P) 떨어졌다.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이션도 전월 3.2%에서 2.8%로 하락했다.

CPI의 영향으로 아시아 국가의 증시도 14일 오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09%, 한국 코스피는 1.49%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43%), 선전성분지수(-0.71%), 홍콩 항셍지수(-2.02%), 대만 자취안지수(-1.46%), 호주 S&P/ASX 200지수(-2.58%) 등도 약세를 보였다.

통화 가치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장중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이 각각 1400원, 145엔에 근접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장도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오는 20~21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 금리 인상 폭도 최소 0.75%P(자이언트 스텝)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울트라 스텝(1.0%P)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발 가스 공급 중단에 따라 심각한 에너지 수급 위기를 겪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가뭄·지진으로 인한 전력난,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기 위축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생산을 늘리는 미국의 경제 정책도 주요 국가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산업까지 자국에서 연구·생산 활동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에도 이 같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에 힘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행사에서 “IRA 통과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기차를 구입하면 최대 7500달러 세금을 공제해준다”며 재차 강조했다. 이날 CPI 발표와 관련해서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보건 및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IRA을 우리가 통과시킨 이유”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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