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지역구 뚫어라”… 부산 남구 ‘박 대 박’ 신경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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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 합구 유력 현역 간 충돌

‘갑’ 박수영, 을 지역구에 현수막
상대 지역 민원 처리까지 광폭 행보

‘을’ 박재호, 갑 인근으로 사무실 이전
갑 지역구 현안들 적극적으로 챙겨


차기 총선을 앞두고 합구 가능성이 큰 부산 남구에서 벌써부터 현역 간 전략 대결이 치열하다. 공중전, 지상전을 가리지 않고 상대 지역구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찌감치 당내 경선과 본선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갑 지역구의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올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부터 을 지역구의 대표 동네인 용호동 일대에 의원실 관련 현수막을 잇달아 내걸었다. 올 7월에는 ‘국회의원 좀 만납시다’ ‘박수영 학교’를 홍보하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박 의원이 직접 찾아오는 주민을 대상으로 민원을 듣거나 사회 이슈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을 지역에는 현수막을 걸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구 전체 동마다 하나씩은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2주 전쯤엔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 2배로 늘립니다’ 등 민생 관련 현수막도 박 의원 이름으로 을 지역에 내걸렸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트램 설치, 전통시장 활성화 등과 관련한 을 지역의 민원이 박 의원 측에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당협위원장이 있지만 박 의원이 현역인데다 ‘신윤핵관’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박 의원의 정치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박 의원은 을 지역 시의원 출신인 오은택 남구청장과도 지방선거 전부터 적극 협력하는 등 갑을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도 최근 6년 만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대연사거리 쪽으로 옮겨 갑 지역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미 용호·우암동 등에서 오랫동안 지지기반을 쌓아온 만큼 갑 지역 핵심인 대연동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연동 일부(1, 3동)가 지난 총선에서 갑에서 을 지역구로 조정되면서 공략의 발판도 마련됐다.

갑에는 최근 선임된 이강영 원외 지역위원장이 있지만 합구될 경우 사실상 재선까지 지낸 박 의원이 지역 터줏대감으로서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 의원은 최근 미 55보급창의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 이전에 대해서도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55보급창 이전의 직접 영향권인 우암, 감만, 용당동은 지난 총선에서 갑 지역구로 조정된 곳이지만 박수영 의원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박재호 의원 측 관계자는 “이전지 일대는 원래부터 박 의원이 애정을 가지고 챙겨오던 곳이며, 누구보다도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 ‘유이한’ 시의원인 반선호·서지연(이하 비례) 의원이 남구 출신인 만큼 이들과 함께 갑 지역구도 포함한 지역 정책들도 적극 펼 것으로 보인다.

남구는 직전 총선에서 인구 상한선(27만 3129명)을 간신히 넘겼으나 최근 인구가 26만여 명으로 줄어 다음 총선에서 합구가 유력하다. 반면 인구가 늘어난 동래구나 북·강서구 두 곳 중의 한 곳이 분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 25조에 따라 차기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일은 내년 1월 말이다.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교묘하게 상대 지역구를 파고드는 ‘쌍박’ 간 치열한 전략 대결이 볼 만할 것”이라면서 “물밑에서 주민과의 소통을 늘려가는 동시에 각 지역구 최대 이슈인 트램 설치, 55보급창 이전 등에 대해 공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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