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 쇼크’ 원·달러 환율, 13년 5개월 만에 1390원 돌파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390.9원 장 마쳐… 1400원 코앞
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영향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커진 탓
코스피·코스닥도 1% 이상 하락

1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 거래를 마감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 거래를 마감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390원을 돌파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긴축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역시 1% 이상 하락하는 등 영향이 컸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394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장중 139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8.0%보다 높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이 아닌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때 소수의견으로 받아들여졌던 울트라스텝이었지만 이제 시장의 3분의 1이 1%P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CPI 지수 충격은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2P(1.56%) 내린 2411.42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59.07P(2.41%) 낮은 2390.47로 개장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장 초반에는 2% 이상 하락해 2381.50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해 2410선은 지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394억 원, 1641억 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5197억 원을 순매수해 증시 하단을 지지했다.

추석 연휴 기간의 글로벌 증시 호재를 한꺼번에 반영해 전날 2.74% 상승 마감한 코스피는 하루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삼성전자(-2.24%), SK하이닉스(-1.90%), 네이버(-3.56%), 카카오(-2.71%), 셀트리온(-3.49%), 삼성물산(-2.13%), 포스코홀딩스(-3.43%) 등의 낙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건설(-2.89%), 서비스(-2.48%), 보험(-2.28%), 철강·금속(-2.01%), 전기가스(-1.95%) 등 대부분 약세를 보였고 비금속광물(1.42%)과 종이·목재(0.27%) 정도만 강세를 나타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