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급감… 부산 부동산 중개사무소, 폐업 속출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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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
주택중개보수료 하향 조정 직격탄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가 지난 7일 부산 서면 일대에서 펼친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 서명운동 모습.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제공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가 지난 7일 부산 서면 일대에서 펼친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 서명운동 모습.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제공

고금리와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은 지난해 집값 급등기에 단행된 주택중개보수료(수수료) 하향 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6~8월)동안 폐업한 부산의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215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감소세는 최근 들어 ‘거래 절벽’과 집값 하락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7월 부산지역의 주택 매매량은 2423건으로 전년 동월 6815건의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매매량도 지난해 7월 4324건에서 1477건(7월 기준)으로 크게 줄었다.

14일 현재 부산의 중개사무소는 7861개소로, 7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업소당 0.18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즉 부동산 중개사무소 10곳 중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한 곳은 2곳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부산의 개업 부동산중개인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동래구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 전화가 하루 4~5통 오면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다. 이마저도 거의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동네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연 지 20년이 다 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월세 150만 원을 내고 있다는 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몇 달째 적자가 쌓여 생계가 힘든 상황이어서 권리금 2000만 원에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내놓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주변에 운전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하면서 월세를 충당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중개보수료 인하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년 사이 집값 급등으로 중개보수료 부담이 크게 늘자 정부는 지난해 요율을 하향 조정했다. 9억 원 이상일 경우 매매금액의 0.9%로 책정됐던 기존 보수료 요율을 9억 ~13억 원 0.5%, 12억~15억 원 0.6%, 15억 원 이상 0.7%로 상한요율을 정했다. 6억~9억 원은 0.5%에서 0.4%로 조정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진구 최지효 지회장은 “지난해 중개보수료 하향 조정 논의가 이뤄질 때 집값 하락기에는 공인중개사의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무시됐다”며 “집값이 급등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중개보수료 인하의 여파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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