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의 문화 캔버스] 핫한 미술시장, 똑똑한 컬렉터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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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민석교양대학 교수·미술평론가

한국 미술시장 작년부터 급성장세
새 컬렉터층 부상 MZ세대 활동 기대
마음 움직이는 나만의 보석 찾아야

작년부터 한국 미술시장은 그 역사를 새롭게 써 가고 있다. 오랜 기간 3000억~4000억 원대 거래 규모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되어 왔던 한국 미술시장은 작년에, 이전 최고 기록인 6000억 원(2007년)을 훌쩍 뛰어넘으며 9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아트부산 2022’ 역시 거래 규모와 관람객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관람객 8만여 명, 작품 판매액 350억 원에서 올해 관람객 10만 2000명, 판매액 746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얼마 전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에서는 처음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국내외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페어 첫날부터 고가의 유명 작가 작품들이 빠르게 거래되자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조차 한국의 미술 작품 구매력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리히터의 ‘촛불’이 약 204억 원, 콘도의 ‘붉은 초상화 구성’이 약 38억 원, 마크 브래드퍼드의 ‘오버패스’가 약 24억 원, 바젤리츠의 ‘정오의 엑스레이’가 약 16억 원에 팔렸다.


거래뿐 아니라 작품 감상을 향한 미술애호가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7만 원이라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총 7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된 행사장에는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보려는 인파로 연일 긴 줄이 이어졌다. 피카소, 마티스, 데미안 허스트, 루이스 부르주아, 에곤 실레, 리히텐슈타인, 바젤리츠 등 유명 작가 작품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는 한국 작가들이 전 세계에 소개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 미술의 생태계 발전에 매우 고무적이다. 미술계는 작품의 '제작-향유-후원'이라는 삼각 구도의 역할에 의해 성장-발전-쇠퇴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일종의 생태계이다.

그 첫 번째 역할은 예술가가 담당하며, 두 번째 ‘향유’는 미술관, 비엔날레, 전시기획자, 비평가, 연구자, 미술 전문지 등에 의해 활성화된다. 세 번째 역할인 ‘후원’은 컬렉터, 딜러, 화랑, 옥션, 아트페어, 미술시장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세 역할이 협력하며 원활하게 작동될 때 미술 문화는 찬란하게 꽃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루브르 탄생 전후 프랑스, 양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뉴욕 등 미술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의 공통점은 바로 예술가·향유자·후원자 역할 그룹이 조화롭게 함께 발전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같은 예술 향유 시스템은 짧은 기간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 확장하고 있는 반면 후원 기능은 아직 제대로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으로 짐작해 볼 때 앞으로 후원의 역할 역시 점차 조화롭게 성숙되어 갈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술시장의 성장 추세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컬렉터층으로 등장한 MZ세대의 적극적인 활동, 그리고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투자 증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또 근래 미술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과거와 달리 단기 보유 매매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미술품에 대한 소장과 향유, 작가와의 교감보다는 시장의 호황에 따라 작품 가격의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목적의 거래가 급증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특정 유명 작가 중심으로만 거래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한 거래들이 미술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미술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시장이 좀 더 다채로워져야 한다. 스타 작가뿐 아니라 청년·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거래되고, 회화뿐 아니라 전통미술이나 현대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일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고가의 작품보다는 왠지 내 마음을 움직이고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 구입해 보길 제안하고 싶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보다는 ‘예술가라는 한 인간에 대한 후원’이라는 인식으로 작품을 소장할 때, 우리는 예술 작품 소유의 독특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나의 안목과 취향으로 선택한 화가가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작품을 곁에 두고 향유하면서 한 예술가와 교감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탐색하는 것은 실로 감동적이고 신비로운 여정이다. 그 즐거움만으로도 이미 구매에 대한 보답은 받은 셈이다. 먼 훗날 그가 대가로 인정받아 작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르는 것은 덤으로 찾아오는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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