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성’ 지구 너머 생명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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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케빈 피터 핸드

‘생명 현상은 믿을 수 없이 드문 현상인가? 아니면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과연 생물학적 우주인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 위대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탐구하고 확인할 장비와 기술을 비로소 갖추었기 때문이다.’


학자들 생명체 살기 적합한 곳으로 주목

지구 심해 탐사, 외계 바다 탐험 빗대 설명


지구 너머에서 생명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최근 우주생물학자들이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거주지로 주목하는 곳은 목성과 토성을 맴도는 얼음 위성이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얼음 위성의 얼어붙은 껍질 아래에 지구만큼 오래된 광활한 바다가 숨어 있음을 밝혀냈다. 얼음 세계의 깊숙한 지하 바다, 그곳에 과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NASA의 우주생물학자인 저자 케빈 피터 핸드는 지구의 심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저자가 대서양 수심 3km 심해에서 목격한 것은 극한의 환경에서 형성된 아름다운 생태계였다.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열수구 근처에서 온갖 종류의 새우와 미생물, 홍합과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이 살아간다면 지구 이외의 장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그렇다면 얼음 위성 내부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 바다 깊숙한 곳에서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까. 이 책은 지구의 심해를 탐사하는 것이 어떻게 외계 바다를 탐험하는 핵심이 될 수 있는지를 탁월한 비유와 흥미진진한 일화를 중심으로 상세하게 살펴본다.

특히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의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음을 밝혀낸 분광학 기술의 원리를 무지개에 빗대어 알려주고, 유로파에 두께가 100km가 넘는 물로 된 층(액체 혹은 고체)이 존재함을 찾아낸 중력 측정의 원리를 베이비시터 비유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예시로 든 것은 유로파였지만 목성의 또 다른 위성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와 타이탄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바다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원하고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생명이 발원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심해 탐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 가설로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세포가 생겨났다는 ‘조수 웅덩이 가설’과 심해 열수구의 화학 반응으로 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열수구 가설’을 제안한다. 저자는 만일 얼음 위성 내부 깊은 바다에 생명이 들끓고 있다면 열수구가 생명의 기원이라는 점이 입증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조은영 옮김/해나무/424쪽/1만 8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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