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위기에 숙청 ‘칼바람’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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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고위직 7명 조사 대상
막대한 투자에도 생산량 줄어
미국 견제정책·봉쇄 조치 영향
SCO 끌어안기 등 재정비 나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각국 정상이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각국 정상이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의 고강도 견제로 반도체 등의 공급망 패권 경쟁에서 밀릴 위기에 놓인 중국이 대대적인 반격 태세를 갖춘다. 기대 이하의 ‘반도체 굴기’ 성과에 관련 기업에 칼을 빼 드는가 하면 외교무대에도 본격적으로 올라 반미 대응 체제를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는 16일 화신투자관리의 런카이 부총재를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율·법률 위반은 통상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신투자관리는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국유기업으로 운용 자금만 3429억 위안(68조 원)에 달한다. 런카이는 회사 내 서열 3위이자, 중국 국가개발은행 부총재와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의 비상임 이사도 맡고 있는 경제 고위 관료다.


최근 중국은 국가 반도체 펀드와 관련해 고강도 조사를 벌인다. 조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고위직만 런카이를 포함해 7명이다. 이 같은 ‘반도체 숙청’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굴기 정책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집적회로(IC·반도체 칩) 생산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7% 줄었다. 또 올 1~8월에는 사상 최대인 3470개의 반도체 관련 현지 기업이 문을 닫았다.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하락은 격해지는 미·중 기술 경쟁,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 바이오 분야의 자국 내 투자와 생산을 연일 강조한다. 최근 처리한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의 세액공제 지원을 받은 기업이 중국 내 공장을 짓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 보조금을 회수하도록 했다. 또 미국은 16일 자국의 첨단기술을 중국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국외 투자를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반도체 숙청 등으로 국내 조직을 재정비하는 한편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16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시 주석은 회원국 간의 독자적 지불,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달러 패권, 유로화 등에 맞서 위안화, 루블로 회원국 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향후 미국의 금융 제재에도 버틸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결제망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번 제안은 SCO 정상회의 결과물인 ‘사마르칸트 선언’에도 반영됐다. SCO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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